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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요리하라 - 세계 최고 레스토랑 엘 볼리를 감동시킨 한 청년의 파란만장 도전 이야기
장명순 지음 / 미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표지의 분위기만 봐도 저자가 요리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 아니 확신을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그랬으니까
요즈음은 요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져서 많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요리사를 하겠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음도 솔솔찮게 느껴지고 있다.
요리는 기능적인 일이기에 예전엔 천대시되고 홀대되고 요리에 종사하면 마치 천박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다반사였기에 저자 또한 가족의 반대도 있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꼭 붙잡고 그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기에 오늘의 저자가 될 수 있었으리라....
언제나 유명세를 타면 책을 출간하는 이들처럼 그냥 내용도 그저그런 일상의 다반사나 여행기정도라 추측을 하고 조심스레 책속의 주인공의 시각을 따라 나섰다.
이런 내 시각이 잘못되었고, 편협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교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요리에의 접근, 당연히 부모님이 좋아하실리 없었던 듯 했다. 지금보다 더 과거의 일이니 요리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았을 것은 당연했을 터.. 하지만, 그런 부모님이 요리학원 수강증을 등록해서 가져다 주시고, 후원자로 바뀌신 것이다. 기량을 갈고 닦는 연습을 통해서 국내 대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상의 영예도 얻을 수 있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그다지 주인공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군대에 가기 되고, 취사병으로 여러가지 요리에의 관심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만들며 열심히 생활했다. 군에 있을 때 아버지의 암 발병 소식을 듣게 되었고, 제대 전에 치밀한 요리를 위한 세계여행으로의 목표를 정하고 게획을 세우던 중에도 아버님의 건강에 대해 신경은 쓰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럼에도 계획을 세워 호주로 출발했는데... 결국 아버님의 위독한 소식을 전해듣고, 돌아와서 아버님의 부고를 맞고... 뒷정리를 한다.
갈등을 하는 아들에게 강함으로 용기와 격려를 불어 넣으신 어머님의 응원 덕에 계획대로 여행에 나선다.
세계 유명 요리를 정하고, 그 음식점 방문을 목표로 삼고, 비행기 삯과 요리를 먹는 비용외에 최소한의 경비만을 생각하고 나선 여행길... 시작부터 주인공의 남다른 의지를 엿보는 듯 했다. 그 시선을 따라 숨죽이며 긴장감을 놓치 않고 한줄 한줄 내려갔다. 그 많은 일정을 어찌 몇백 페이지의 종이로 된 책에 다 담을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여러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된 주인공.. 그럼에도 기죽거나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계획대로 실행해 나갔다.
호주에서 부족한 여행경비를 벌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행.. 야생 캥거루와의 만남으로 인해 교훈을 얻고 이어지는 동남아로의 발걸음... (필리핀. 홍콩, 태국, 인도로의 여행이 그것이다.) 그 후에 유럽으로 향했다. (독일, 터키 , 이탈리아로~ 계속되는 일정...)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었음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며칠씩 기다리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렸다.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에까지 그의 발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원하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도 먹고, 가능하면 주방의 출입을 허락받아 들어가기도 했고, 오히려 맘을 열어주지 않을 듯 했던 셰프들도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인내심에 본심을 읽을 수 있었을까? 맘을 열고 그를 맞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다 그에게 천운의 기회로 맞이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팻덕을 먹기 위해 시도를 했으나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실망하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았다. 단지 그에게는 전진만 있었을 뿐이다. 셰프를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단순하면서도 간단해 보이는 질문을 하며 오너 셰프들의 요리철학이랄까? 등등을 알아내는 듯 보였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말이다. 조리법의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박에 없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 p. 173 -
오너 셰프들과의 대화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그 시간을 통해 스타 셰프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요리가 탄생하기까지에는
'시간'과 '노력'이 담보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내가 살아온 나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투자되었다.
시간과 노력에 의해 농축되고 절제되어 탄생한 것이 그들의 요리였다.
그런 시간과 노력을 건너뛰고 겉모습만 따라 하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똑똑히 지켜본 시간이었다.
그들로부터 다양한 자극과 영향을 받아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내 길임이 명확해졌다.
그중 내게 가장 큰 영향과 자극을 준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 그를 찾아가 요리를 배우는 것이
내 여행의 끝이자 시작이다.
-p.177 -
엘 불리에서의 그의 꿈같은 일상이 펼쳐졌다. 세프들은 그의 성실함과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예외규칙도 적용해서 많은 기회를 통해 여러가지 요리 실제 상황들을 경험할 수 잇는 기회까지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어영부영한달까? 그런 모습속에서 그의 성실함과 의지, 노력... 게다가 모르는 레시피도 아예 모두 다 통째로 외우고 반복하며 익히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다. 주인공은 말한다. 한국에서 외우며 반복학습했던 효과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거 같다고...
또한, 이렇게 승승장구 해 보이는 주인공을 시기하며 질투하고 샘내지 않을 사람이 정말 없을까? 하는 조심스런 의문도 들었다.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을 알고 있었기라도 한 듯 다른 스태프들과 갈등속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냥 묵묵히 넘기며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본인의 일에만 충실했던 듯 싶다. 이런 기질 또한 셰프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데 한 몫했던 요소로 작용했던 거 같다.
이렇듯 그의 요리사로서의 삶에는 장애물이 없어 보였다. 앨 뷸라 식당은 한 계절만 하고 다음 계절은 음식 연구나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충전하기 위한 시간으로 삼으려고 문을 닫는다. 그 휴식기간 동안 무가리츠의 음식점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 곳에서도 신뢰를 쌓으며 일하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 듯 보이는 셰프와 요리사들의 도움으로 많은 기회 속에 현지인이라면 경험해 보지 못할 것들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 기간이 엘불리의 매력보다 크게 작용해서 결국에는 이 곳에서 요리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남들이 보기엔 이해되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스스로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기는 일은 당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무가리츠에서 요리를 배우고 연습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 덕분에 나는 셰프들로부터 재능을 분출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 p.236 -
사실 글로 적으니 쉬워 보여도 젊음이 아니어도 새로운 것에 대해 눈길이 가고, 정신을 팔리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일 수 있는데, 이렇게 절제하고 스스로 자제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주인공의 기질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그냥 이 자리에 만족하고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싶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만족하지 않았나 보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내가 가장 서러웠던 것은
바로 내가 '세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스타지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스타지 신분에서는 범접할 수 없던 영역들이 있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크면 그에 대한 서러움의 크기도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엘 불리 시즌을 모두 마치고 스페인에서 더 일할 생각을 한 것은 그때문이었다.
-p.280-
책 속에서 여러 나라의 유명한 음식에 대한 소개를 담은 사진과 풍경을 담은 사진이 소개되어 있어 눈을 즐겁게 하고, 간접 여행 경험에 손색이 없는 설렘을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가면서 긴장감도 놓을 수 없었기도 했다. 그의 처절하리만큼 최소한의 경비로 세운 여행을 따라 가다보니 경제적인 여유가 없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상황들에 대한 긴박감도 있었긴 했지만, 그만큼 주인공이 느슨하지 않은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것들에 시선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던 듯 싶다. 또한 남편의 죽음 후에 아들을 미련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보낼 수 있는 어머님의 강함과 지혜로움 앞에선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엘 불리의 셰프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니 그 레스토랑의 체계적인 음식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세계 여러나라에 대한 자료 수집에의 열정이랄까?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엘 불리 또한 한국음식을 알고 있었고, 주인공에게 한국 음식 레시피를 스페인어로 번역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고, 체계적인 제도를 발판삼아 외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레시피 계발도 시급하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었기 때문이리라.
한가지 더 주인공의 글을 인용해야 할 듯 싶다.
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것들을 접하다 보니
세상의 유명 셰프, 스타 셰프의 화려함만 눈에 담는 듯하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과 고뇌에 대해서는 듬성듬성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현재의 화려함과 테크놀로지에만 현혹되어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많은 스타 셰프들은
하나 같이 내가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리에만 전념했다.
거기에서 쌓인 내공으로 온갖 화려함과 테크닉을 창조해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몇 년의 학습으로 스타 셰프의 내공에 맞서려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학교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학교일 뿐이다.
현재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은 그만한 시간의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다.
그런 과정도 없이 유명한 학교만 졸업하면 스타가 될거라 새악ㄱ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하늘 아래 대가 없는 결과는 그 어떤 것도 없다.
- p.195 -
이 글은 비록 요리사에게만 한정되고 적용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불로소득을 원하고, 한방에 일확천금을 꿈꾸고, 신분상승을 노리고 현재 그것을 다 가지고 있어서 보이는 것이 타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해도, 내면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그다지 값어치 있는 것일까? 에 대한 자문을 하게 했다.
또한, 이 책은 요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은 아닌 거 같다. 모든 이들, 자신의 꿈을 요리해서 원하는 모습이라는 큰 그릇에 채우기를 원하고 소망하고 희망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에너지를 충전받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츠림을 하기에 부족함 없어 보였다.
그 후엔 멀리 뛰기를 위한 도약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지금 많이 움츠러 있어 불행하다 느끼고 있는지? 멀리 뛰기 위해선 많은 움츠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물론, 올바른 자세를 취해야 멀리 뛸 수 있을테니까, 그 움츠린 시간 동안 희망을 바라보며 긍정적 에너지로 그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의지를 내면에 가득 채우고 치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듯 싶다.
그 후엔 요리된 꿈이 그대들 앞에 큰 그릇에 담겨 식욕을 돋우는 맛있는 음식처럼 선물로 제공되어 질 것을 알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