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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최인호 작가님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보도를 듣게 되었다. 아프신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담아낸 책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들게 된 책이다.
작가님께서 서두에 쓰셨다. 굳이 책 내용을 읽지 않았음에도 작가의 말을 읽는 것으로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 솟아오르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두 달 만에 쓴 장편소설이다.
두 달 동안 나는 계속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후유증오로 손톱 한 개와
발톱 두 개가 빠졌다.
아직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원고지에 만년필로 소설을 쓰는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빠진 오르손 가운데 손톱의 통증을 참기 위해 약방에서 고부골무를 사와
손가락에 끼우고 20배에서 30매 분량의 원고를 매일같이 작없실에 출근해서 집필하였다.
(중략)
첫 번째는 청탁으로 쓴 연재소설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전작소설이라는 점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이래 50년 동안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수십 편의 장편소설과 대하소설을 집필하였다.
그 모든 소설은 외부의 청탁에 의해 쓴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소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누군가의 청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아닌 스스로의 열망으로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 쓴 수제품인 것이다.
고독한 독자인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애써준 또 하나의 작가인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 번째로 이 소설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체질 개선 후의 첫 작품이다.
- pp.4~5(작가의 말 중에서) -
역시 예전에 작가님 책의 성향에 비하면 완전히 바뀐 느낌이 오롯이 한줄 한줄에 묻어남을 느끼게 되었다.
방송에서 말해주었다. 예전의 긴 문장으로 끌어내신 호흡을 간단히 줄이시고, 긴박감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 말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예전의 작가님 책 읽었을 때는 연재물을 모두어 묶어 출간하시기도 하셨고, 또한 책 내용의 무게도 있기도 했고, 문장 자체의 길이로 인해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했고, 두려움으로 제대로 읽지 못한 기억이 스물 피어오른다.
책 내용은 3일동안 중인공 K의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며 풀어내고 있다.
물론 책 성향이나 필체의 느낌이 바뀌었다 해도 역시 작가님의 포스는 한줄 한줄에서 묻어나는 듯 보였다.
특이한 주제와 구성이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책속 여행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특이한 주제와 내용으로 풀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이 늘상 해왔던 일들이 토요일부터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모두 바뀌어진 모습으로 주인공에게 다가오게 된다.
아내와 딸의 모습도 특이하게 비춰진다. 이것저것 주인공은 물어보지만, 오히려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K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응대하는 아내의 모습에 주인공은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일상 언제나 늘 그랬던 일들이 주인공에겐 우연이라 하기 힘들정도로 기억에도 없는 일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고,
그 상황을 직면하는 주인공 K의 시선은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채로 제법 작가님의 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줄일 수 있을 만큼의 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었기에 스스로도 경이로운 책 여행이 되었던 것이다.
K의 시선이 움직이는 대로 한줄 한줄 따라 움직였다. 이해 되는 상황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고...
중요한 건 역시 작가님의 여러분야에 대한 지식적 반영이라 해야 하나? 어색함 없이 머금을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불합리 해보이지만 뭔가 일치됨 속에 빠른 전개의 흐름을 타고 K를 둘러싸고 계속 일은 일어나고 상황은 발생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선 답답할 정도로 계속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듯 싶기도 해서~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읽기를 지속했다.
둘쨋날 그러니까 일요일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비로소 K는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제목에서 오는 느낌을 생각해 봤다.
나도 도시에 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에 포함된 가깝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지인들도 함께 도시에 살고 있다.
물론 그들의 시선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진 않을 거라는 것은 상식으로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 K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자신의 일상이 모두 뒤죽박죽되어 버린 듯 한데, 자신만 그 곳에서 외톨이랄까? 동떨어진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면... 본인의 기억이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없어지고 다른 느낌의 생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낯익은 지인들과 낯익은 도시에 살고 있다 해도 그 도시의 느낌이 일치되어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히 낯익긴 하지만, 왠지 둘러 싸고 있는 사람들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당황스럽고 머리가 아플 듯 싶다. 외로움과 고독으로 몰아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K는 왜 이런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는 걸까? 누가 조종하고 있는 걸까? 궁금함이 채워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크게 3일의 일정중에 2일째인 일요일에 해당하는 내용에 까지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주위 친구 중에 병원 의사인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는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 하고, K는 누이라는 점에 이르르게 된다. 예전에 누이랑 결혼해 살았던 매형에게 연락을 하고 누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누이는 분명 맞지만 누이와 함께 있었던 일 속에서도 자신은 단절된 느낌의 일이 일어 났었고, 그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없음도 알게 된다.
고민하다가 생각의 전환? 발상의 전환? 을 조심스레 시도한다. 주위 모든 것들에 이상이 없다면 본인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기로 생각하기에 이르르는 것이다. 누이에게서 받은 자신이 보냈다는 편지를 꺼내서 그 곳에 있는 전화번호를 찾고, 그곳의 전화 번호로 전화를 하게 된다.
그 전화번호의 주인공도 K인 것이다.
서로 만난 K1과 K2는 헷갈리고, 확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K2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또다른 본인인 K1을 설득하게 되고, K1도 이해하며 다시 헤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카리스마 넘치는 작가님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안했던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신선한 느낌의 발상인듯 싶어 이부분을 특히 숨을 죽이며 몰입되어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월요일에 이르러서야 기 현상을 만나게 된다. 이제껏 가상현실 속에서 만났던 모든 이들과의 색다른 형태로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발걸음을 옮기며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K2가 헷갈려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 실마리는 풀리고 해결되며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다.
책을 덮고 섬광이 머리에 번쩍 스쳤다. 마치 형광등 꺼졌다가 전구를 갈아끼웠을 때 다시 켜면 번쩍 들어오는 느낌처럼 말이다.
아하~ 하는 아주 큰 공감이 뒤를 이어 머리에 꼬리를 물었다.
주인공 K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생활 모습들 여러 상황들은 제자리 언제나 그렇듯 늘 그대로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인공 K는 뭔가 문제의식이 생기고, 그것들을 해결하고 싶긴 하지만 그 실마리를 해결점의 시작을 외부로 쏟아내고 주위 모든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왜 이렇게 계속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생활 하면서 딜레마에 빠지고, 헷갈리며 순응하지 못하는 생활을 했던 것 아닐까?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의 느낌 나를 둘러싸고 모두 다 친해 보이고, 다 일치 되어 보이고, 나만 동떨어진 느낌인 거 같고 뭔가 낯설고, 같은 도시에 살지만 이 도시는 내가 주인되는 생활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낯익지만 내가 아닌 다른사람들 타인들을 위한 도시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는 주인공 K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고민하다가 도저히 해결방법도 없는 듯 싶고, 혼자만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느낌에 사로잡히고 옭아매짐을 느끼며 조심스레 친구의 병원으로 찾아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소연 하게 되고, 친구의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어 보이지만, 아니 동의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의지적으로 반신반의 하며 친구가 내려준 처방전이랄까? 그런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결국, 본인 내면의 모습인 또다른 K1을 유추해 내게 되고, 그 모습과 만나는 직면을 하게 되었을지 모르겠단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 후에 본인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이랄까?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던 거 같다.
이렇듯 살아가면서 여러 무의식적 관계든 지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이든 다 ~ 때문이야. 나는 잘못한 거 없어. 나는 이렇게 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 하는 어쩌면 당위성을 부여한 채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화살을 돌리려 하지 않고, 자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인간사의 평범함을 담은 모습일 수 있으리라. 가족이든 아니든 결국 해결 못한 과제나 문제의 관점을 내면화 시키고 자신 안으로 끌어들이고 노력을 통해 해결점을 연구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그런 은유가 책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조심스럽고 하기 싫은 일임에도 각자의 노력을 들여 행동으로 시도한다면, 모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고독을 느끼며 외롭게 사는 것이 아니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삶으로의 전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이들이 내가 중심 되는 나의 도시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곁들여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응원을 담아보기도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작가님의 큰 뜻을 어찌 다 올바로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독자로서 진지하게 책 여행을 끝내고 반향이 되어 울려오는 메아리 속에 담겨진 메시지는 이러했다.
투병가운데 작성하신 내용들
작가님의 영험한 문학적 혜안과 필체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큰 열정이 담겨 있음도 알게 되었고,
부족하지만 작품을 읽고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노력이란 것을 해보려고 시도한 자체에 만족을 담아본다.
이전과의 다른 필체 속에서 색다른 느낌으로 읽어 내려간 내용들. 그럼에도 바탕엔 작가님 그대로의 특징과 영향력이 담겨 있음이 느껴져서 행복했고,
계속 건강함을 유지하셔서 훌륭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원드리는 것은 이기적 욕심이 아니길 조심스레 햇살 가운데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