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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 예 교수의 먹고 사는 즐거움
예종석 지음, 임주리 그림 / 소모(SOMO)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이 특이하다
<밥집>
제목 액면 그대로 밥집을 단순히 소개하는 그런 음식점 소개의 책인가? 아니면?....
요즘 문만 열고 나가면 지천이 음식점이고, 또한 24시간 하는 음식점도 비일비재해서 예전에 정해진 밥 시간과 짐안에서만 때되서 먹어야 하는 무언의 룰은 이미 예전의 추억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방송에서도 연일 음식관련 프로그램과 생산지 방문한 식재료 소개 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것들이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먹을 것이 없다기 보다 이젠 더 눈으로 보기에 예쁘고, 맛있고, 분위기도 있고....등등 음식 본연의 특성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부수적인 것들에 좌우되서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의 발견은 내용에 대한 궁금증 증폭으로 이어지고, 앉은자리에서 읽어내려 가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하여
여는글, 먹고 사는 즐거움
제 1장 제 때 만나야 맛있다. - 주꾸미, 청어 과메기, 탕평채, 웅어, 밴댕이, 송어, 대하, 추탕·추어탕 물메기, 복어, 대게, 대구, 굴, 방풍죽
제 2장 음식의 자격 - 가족회관, 벽제갈비, 목란, 한성칼국수, 대림정, 북창동 미조리, 연지통태국. 명동 돈가스, 북창동 꺼명도새기, 미우미우
제 3장 오래된 집, 오래된 맛 - 부산 구포집, 통영 분소식당, 순천 대원식당, 잠원동 전통횟집, 인천 화선횟집, 남애항 대포횟집, 평양면옥, 하동관, 밀탑
제 4장 그들의 태이블 - 오키친, 그란꾸스또, 그 안에 맛있는 이탈리안, 폴, 몰토, 기꾸, 기요므즈, 오무리안, 달
닫는 글, 한끼의 의미
<부록> 뉴욕에서 만난 열 두 셰프의 경영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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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성되어 있는 책 내용을 간단히 살펴 볼 수 있는 목차를 보고 나니 아~ 하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밤집이라 해서 단지 한식 중심의 음식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
국내 음식 이야기만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다 살펴보지 않아도 여러가지 다양한 각도의 주제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구나...알 수 있었다.
위의 표에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에 쉬어가는 듯한 코너 「예교수의 노트 」「번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맛보기 간단한 칼럼 식의 짧막한 글들을 통해서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도 더해 놓았다.
단순 이야기가 아닌 주제별 음식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니 그 음식을 이루는 주요 재료에 대한 특징과 일화들.... 역사적 책을 통해 기록도 인용했다. 또한 음식에 담긴 영양면에서도 간단한 소개를 하기도 했다. 마무리에서는 우리나라의 축제를 하고 있는 시기도 언급하며 주된 음식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소개도 해놓고 마무리 하고 있다.
아~ 혹시 4장에 서술된 음식 이야기들이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 생소해서 어? 이 음식은 외국에 가서 먹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할 수 있겟다.
우리 나라 식재료가 아닌 음식들은 그 나라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나 일화들을 소개하는 방식도 같고, 가장 궁금한 것... 찾아가 볼 수 있는 음식점은 모두 국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 하는 아쉬움과 야호~ 다행이다.. 라는 약간 모순적이면서 상반되는 느낌의 공존이 느껴졌다.
아쉬움이라 하면, 직접 외국에 찾아갈 수 없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그곳 음식점의 분위기나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만이 가진 간접 경험의 기회를 놓쳤기에 그럴 수 있겠고,
야호~라는 탄성은.. 국내에 있으니 기회를 만들면 충분히 가서 시식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리라..
닫는 글에서 저자는 말한다.
밥 먹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평균나이 80으로만 따져도 평생 87,600끼의 식사를 한다.
횟수로도 중요하지만 먹는 일에는 즐거움이 따른다.
한 끼라도 잘못 먹으면 주어진 인생의 즐거움을 그민큼 허비하는 게 아닌가.
인생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도 먹을거리 이야기와 정보는 소중하다.
- p. 192 -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큰 족적을 남긴 인청늬 고 한옹 신태범 선생은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식우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食友란 이렇게 풀이를 하셨다.
"음식에 관한 관심과 흥미를 나누고 색다른 음식이 생기면 생각나고 같이 먹고 싶은 사람"
음식에 관심 글쓰기는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내 감히 그 식도가 반열의 말석에라도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영원히 식도가의 길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우리 식우들과 함께 그 길을 떠나고 싶다.
- pp.192~ 193 -
부록
1. 절제와 조화 2. 열정과 신념 3. 실력과 인품 4. 도전과 매력 5. 정성과 감동 6. 요리미학 7. 배려와 겸손 8. 소탈함과 진솔함
9. 전통과 모성 10. 사고의 전환 11. 노력과 신뢰 12. 품격과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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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는 글과 부록을 엿보고 나니 저자의 생각이 다가왔고, 그에 조금은 공감도 되는 듯 했다.
우리 요즘 일상을 보면, 정말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고, 음식을 찾아 다니며 먹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부른 착각이 일어나는 느낌이 팽배해 짐을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홍수 속에서 이런 시시하고 소소해 보이는 음식 길라잡이 책들의 역할이 헛되다고 치부해 버릴 순 없는 듯 보였다.
에전의 식재료들과 재배되어지는 환경도 다르고, 여러 첨가물들이 포화상태라 예전의 그맛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은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데 먹는 즐거움을 일부러 찾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먹는 즐거움을 간과하기도 애매모호할 듯 싶다.
이런 저자의 시각대로 그냥 편하게 읽어보고 발걸음 닿는대로 찾아가서 입을 즐겁게 해주는 여행 길잡이로서 손색이 없을 듯 보인 책이다.
또한, 부록에서 저자는 뉴욕에서 만난 열두 셰프의 경영 마인드 라는 소제목을 두고, 위의 12가지 덕목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살펴 보면서 부러웠다. 요즘 경제가 힘들어지고 나서 음식점이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보다 생계 유지를 이유로 우후죽순 체인형태의 정체 불명의 퓨전 요리점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이런 형태라도 유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한번의 유행이 쓰나미가 되어 휙~ 지나가 버려면 간판 떼고 다른 종류의 음식점으로 변해 손님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슨 음식점에 변신술을 부리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1년? 그래 좋다 길게 잡아 5년? 을 유지하는 음식점들이 얼마나 될까?
맛 보다 손님들 입소문으로 주인 입장에서 보면 정말 운이 작용해서 대박나면 접고..... 팔아 치우고..
한쪽에선 장사 안되서 가게 문닫고..
이래서 우리네 전통이 유지되는 밥집이 얼마나 남을 수 있을까?
아쉬움이 담긴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뉴욕에서 살펴본 경영마인드 속의 요리사들의 뭔가 꿋꿋함...이랄까? 자긍심? 등등 엿볼 수 있긴 했지만, 안타깝고, 씁쓸하고 속상한 맘도 솟구쳤다.
한식이 준비하고 기다리고 먹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번잡스럽고, 복잡하기에 빨리 빨리를 지속해야 하는 이즈음의 일상에서 합리화 된채 아예 스물스물 자리를 빼앗겨서
무엇이 한식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책에서 그림으로 만나야 하게 되진 않을지?
비약된 고민마저 스물 피어오른다.
이런 식상하고 소소한 주제를 담은 책들이... 한꺼번에 우리네 음식들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순 없겠지만, 작은 힘이 모여서 우리네 시각들을 바꿀 수 있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른 것이 비약적이고 헛된 망상이 아니길.....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