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지음, 김기환.한정선 사진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은걸까? 이런 포토 에세이류에 눈길이 많이 가곤 한다.

하지만, 참 씁쓸하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나의 머릿속 기억을 헤집어 본다. 과연 내게도 이런 기억이 있었나?

머리속 지우개에 KO패라도 당한듯, 아예 백지로 등장할 때도 있고, 아님 101마리 달마시안도 아닌데, 머리속에 드문드문 점처럼 여기 저기 흩어진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책을 읽으면서, 책을 덮고 나서도, 내 머리속 기억이??  불쑥 너의 기억이??? 떠오를까? 어떤거지?? 하고 되뇌어본다.

하지만, 역시 난 머리속 지우개의 노예가 된양.. 거의 전무후무한 기억 저장고속에 텅 빈 내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이렇게 생각주머니의 예쁜 그림을 유감없이 끄집어 낼 수 있는 저자가 마냥 부러웠기도 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다.

 

난 이즈음까지 무얼하며 지냈을까? 뭐에 미쳐본 경험도... 딱히 어떤 성과도 없어 보이는 내 인생 과거 결과물 앞에 초라해지는 내모습이지만, 또한 그 내모습을 사랑해야 함도 안다.  사랑할 수 밖에 없고, 사랑해야 하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나이기에~~ ^^

 

여러 모양으로 여러 주제로 짧막한 일화를 담아 술술 펼쳐내는 저자의 시선은 어찌 보면 그닥 부드럽지 않은 그런 내음을 향기를 가지고 있다. 남자 작가라 그런걸까? 선입견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의 삶으로 내닫는 시선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여느 사람들이 대부분 가질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 속에 여유를 찾고,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마치 알을 고이 품었다 사람에게 선물로 선사하는 새벽녘의 닭처럼 참 예쁘고 소중한 너무 소소해서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일상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표지의 밤색과 분위기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살펴봤을 때 자극을 했고, 책을 읽고 싶다는 유혹의 손길을 내뻗는 책의 자태에 결국 난 책읽기 여행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뎐 것이다.  표지는 인생 중반의 뭔가 내보이고 싶긴 하지만, 한껏 소심해져 있는 맘 열기를 꺼려하는 우리네 중년의 모습을 머금은 듯 했다.

명확하지 않은 브라운의 잔잔함이 그런 모습을 나타내려 하는 듯 했고, 여러가지 그림이, 많은 일상에 얽매어 있는 우리네 중년의 삶의 모습과 배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둔다.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한번쯤 책을 펼쳐 저자의 시선대로 움직이며 한껏 누릴 수 있어도 좋을 듯 싶다.

말 그대로 뭔가를 얻으려 하고, 재빠른 반향으로 울림을 찾으려 말고, 그냥 여유로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맘이 있어야 할 듯 싶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유누릴 수 있는 자격은 나를 사랑하는 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첫번째 조건이지 싶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나의 모습을 어찌 되돌아 볼 수 있을까? 괜스리 그랬다간 내 모습이 싫어 투덜이로 변한다거나, 아님 더 심한 상처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시간문제일 듯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세상이라는 무대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연출자라면 혹시 몰라도 배우가 자기 마음대로 무대장치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PP. 42~43)

  삶이 짜여 있는 상자 같은 것이라면, 가끔은 그 상자 밖으로 나와 자기 삶의 모습을 바라볼 때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치열하고도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좀 더 창의적이고도 열려있는 삶의 방법을 모색할 수가 있다. (pp. 86~87)

  고요한 밤은 하루의 일과를 바쁘게 산 이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준다.  이 삭막한 세상에 고요한 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시간이 있어 우리는 하루의 일을 되새겨보며 반성할 일은 반성하고, 또 새로운 날의 구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잠들기 전, 몇 분이라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pp. 122~123)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곧 글을 아끼는 마음이다. 시간과 돈을 아껴서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책을 사고, 또 그 책을 자기만의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분명 누구보다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일 것이다.  물론 지식의 양과 가지고 있는 책의 양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사 모은 책이 쌓여갈 때 그것은 또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겠는가, 그것이 발 우리 영혼의 방을 채워가는 길이기에. (p. 153)

  우리는 너무 빨리 가고 있다.  (중략) 가끔은 멈춰 서자.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도 한번 뒤돌아보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주변의 풍경이 어떠한지도 한번 둘러보자.  현대인들은 자동차 때문에 걷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중략) 자동차로 인해 많은 편리함을 얻고 있지만 실상 중요한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한 번쯤 타고 있던 자동차에서 내려 당당한 걸음으로 세상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pp..162~164)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의 일생 중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내일을 믿지 말라,  그때는 시계가 멈출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p. 289)

 
밑줄 긋고 싶고, 곱씹고 한참 생각하고 음미하고 싶은 부분들이 넘쳐난다.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 몇가지로 추려서 위에 인용해 봤다.
 
찬찬히 돌아보며 나중에 후에 불쑥 너의 기억을~ 어디서나 끄집어 내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을 펼쳐보면 좋을 듯 싶다.
또한 이미 내안에 많은 기억들을 차고 넘치게 채워 행복이란 넘을 친구 삼아 지내고 있다면, 그 기억을 끄집어 내서 나만의 언어로 기록해 봄도 좋을 듯 싶단 생각을 해봈다.
 
여러 주제로, 여러 시선으로 삶의 지혜와 지나칠 수 있을 그런 대처법등을....~ 풀어낸 책~~
각박하고, 여러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노출되어 사랑하는 내 맘의 활력과 에너지 충전으로 가득 채워 힘을 주고 싶은 나를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책솟으로 빠져들어 공감을 해도 좋을 듯한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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