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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X
이민아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아줌마~ 어느나라엔 제3의 성인 양, 아줌마라는 단어를 아예 사전에 등재시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자, 남자, 그리고 아줌마.. 이렇게 분류하는 것인가 보다. 결혼하면, 게다가 아이 낳고 나면 아예 여자인 나는 없어지는 듯 하고, 000의 아내, 000의 엄마, 000의 며느리로 살아가며 내 이름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세월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 우리네 여자들이 아줌마가 되어가는 과정인듯 하다.
이 책에선 1,2부로 나누고, 각 파트에서 알파벳 A~Z 26인의 아줌마에 대한 일화를 다루고 있으니 52명의 일화가 다루어지는 것이다. 중간중간 다른 이야기도 삽입해 놓았으니 줄잡아 60~70명의 아줌마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오십보 백보」「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라는 말의 의미가 머릿속에 영상이 되어 지나갔다. 다 비슷한 일상들을 가진 아줌마의 이야기 속에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음으로 위로받길 원하고, 썼나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다. 그렇기에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등장인물들의 시선속에 아줌마의 삶을 그려가는 그런 내용이길 바랬다. 그랬으면 좀 더 공감이 많이 갔을 것 같았다. 소설로 된 이야기 속 주인공의 시선에 내가 이루지 못한 아줌마가 아닌 나란 여자의 삶을 투영해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것으로 시작된 책읽기이기를 바랬나 보다.
이 책은 정말 60여개의 일화가 짧막한 글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게다가 실명을 쓸 수 없으니 알파벳으로 가명을 대신해서 기록했으리라... 그 많은 일화속 주인공들의 가명을 하나하나 다 만들어 이야기를 적어갈 순 없었을테니까..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남편이나 등등 까지도 알파벳으로 적어 내려갔다. 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모르겠다. 짧은 듯한 이야기에 게다가 실명 아닌 뭔가 로봇도 아닌데 알파벳의 나열로 그려진 등장인물의 일화 속 내용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 더 많았다.
다 비슷한 일상을 그려냈기에 대체적으론 공감을 할 수 있는 주제긴 했으나, 뭔가~ 강건너 불 보듯한 이야기들이 좀 많았던 거 같다.
내 머리속이 단순해서 였을까? 내가 경험한 세계가 부족해서 였을까? 그럴수도 있겠지...
좀 깊은 인생의 아줌마들의 시련이나, 아픔, 어려움들을 진지한 관점에서 맛볼 수 없었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일화를 읽어내려 갈라치면 벌써 마무리 되어서 여운으로 끝내는 말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 형태이니....적어도 내겐 그러했다.
일화들이 일반적 아줌마들의 생활을 그려내려 했던 것이 저자의 의도일지는 모르겠다.
읽고난 느낌은 있는 일을 적은 것이라기 보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허구적 요소가 많다는 느낌이 머리에 강한 울림이 되어 남았다. -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라면, 사실에 근거한 진지한 내면 성찰을 할 수 있는 생각할 여유와 쉼을 제공받을 수 있길 바라며 읽어내려 갔나보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조차 무의미하게 책을 덮고 나선 어? 이게 뭐지? 하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순간 멍~해 짐도 느꼈다.
요즘 라디오를 들으면 청취자들의 일상이야기를 받아서 읽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는 방송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 들었을 땐 정말 많은 공감도 되고, 「아~ 맞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세상엔 이런 일도 있겠구나. 그렇구나. 」내 안의 공감은 커다란 울림이 되어 머리를 자극하고, 많은 생각을 용수철처럼 이끌어 내고, 감정의 변화도 함께 만들어 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일화로 엮어진 에세이 형식의 책을 읽을 때도 많은 공감을 하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내에서 일어난 일 보다, 외국에서 일어난 일들도 많이 서술해서 더 공감을 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민이나 잠깐의 외국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믿고 싶다. - 국내 토박이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마지막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긴 했지만, 저자가 의도한 대로, 이 책을 읽고 100% 그 의도대로 공감을 이끌어 내기는 조금 뭔가 5% 부족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적어도 독자인 내게는 그런 느낌과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읽기였다.
또 이런 구성의 책읽기에 만족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 다를 테니까 말이다.
내가 책 제목을 보고 많은 것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해서 였을까? 뭔가 부족함...으로 가득찬 책.. 아쉽다.
아줌마들이 예전 같지 않아서,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뭔가 채우려는 욕심들은 다 차고 넘치도록 가지고 살아갈텐데...
아무리 생활이 복잡해서 간단한 내용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며 위로와 쉼을 주고자 했다 해도...뭔가 부족한 구성~~
진지한 아줌마들의 생활 속 고민, 아픔, 하소연 할 수 없는 그런 아픔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그 가운데 지혜롭게 대처하고, 극복하고, 이겨내며, 당당히 아줌마로 또한 그 역할을 벗고, 나로 여자로 우뚝 서는 중심적 일화 몇가지만으로 구성된 책이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화속 이야기는 숫자적으로 생각보다 많아서 집중하기 힘들고, 산만하고, 마무리 되지 못한 여운을 주는 듯 했기에 독자로서 저자의 의도대로 충분한 울림을 가지기 쉽지 않은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