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뒤에서는 기쁨

책 제목을 보고 나서는 단순히 뒤에서 천천히 생활하는 것을 의미하는 내용을 주제로 삼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뒤에서는 기쁨의 참 의미를 천천히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뒤에서면 꼴찌, 뒤쳐진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먼저 선입견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뒤에서서 여유로움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뒤에 서는 것이 단지 꼴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책 내용이 단편 조각이 되어 꼬리를 물고 등장하지만, 저자는 수줍어 가리고 있는 예쁜 결혼한 새신부처럼 한껏 머금고 있다 그 본심을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에서 발그레 한 얼굴을 내미는 것마냥 살포시 알려준다.  언제나 그렇듯 책 읽는 과정을 끝낸 후에야 참된 책의 의미와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 또한 그러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나 우리 곁으로 온다는 건 확실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더욱 의미 있으려면 우리들을 유익하게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지나간 이야기면서 동시에 미래를 생각하는 데 쓰일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p. 271)


 

  →→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저자가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잔잔한 삶의 이야기구나. 하지만, 이 책은 독자로서 내가 지난 삶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삶의 색을 정해보고, 삶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의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히 품고 저자의 시선대로 읽어 내려 갔다.  생각이 비슷하게 맞은 듯 싶다.

 

저자는 크게 다섯가지 대주제 - 때때로 누리는 즐거운 안식, 집으로 가는 길,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상,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살까, 고마운 평생 친구, 고향과 자연 - 를 나누고, 각각의 주제에 소소한 제목을 달고, 첫 페이지에 출간된 책에 포함된 시 한편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글을 이끌어 갔다.

 

내용 하나하나 극한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유로움과 평안함이 내게 친구로 책 읽는 내내 다가와 함께 했다.

 

첫 주제에서는 본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현재의 모습을 이야기 하며, 그 내용과 비유되는 세상 모습과 이치를 곁들여 이야기 한다.  즉 스스로 내면의 성찰을 하는 듯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둘째 주제에선 가족에 대해 특히 마지막 부분의 제목 세상 모든 아버지의 바람, 목발에 실린 아내의 무게가 강하게 다가왔다.  세상 모든 아버지의 바람에선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맘을 절절하게 표현해서 많은 공감을 싣게 했고, 목발에 실린 아내의 무게에선 아내가 다치고 나서야 아내의 힘들고 어려움을 느끼는 남편으로서의 자상함도 드러내서 내 맘속에 부러움을 자아냈다.  셋째 주제이선 우리 주위의 이웃으로 눈을 돌려서 천천히 돌아보는 여유로운 마음을 선사해 주었고, 넷째 주제에선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살까? 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이 이제껏 살면서 힘이 되었던 도움을 기억하며 할머님과 지인들 이야기를 펼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단원에선 아마 우리의 삶이 독불장군이 될 수 없기에 가족과 지인의 중요함을 언급했으며, 또한 자연을 벗삼지 않고서 삶을 이루어 나갈 수 없기에 자연과 그 옛날 자라났던 고향 마을의 모습에 대해 서술하며 고향 없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많은 선물을 제공해 주었던 듯 싶다.

 

책은 두껍지 않았지만, 그닥 반전이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지루하지 않을까? 선입견을 제공하는 내 맘의 이끌림에 순응하며 한줄 한줄 읽어나갔다.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한줄 한줄 지루함 보다, 내 머리에 오래 간직하고 픈 여러 이야기들이 기차의 칸들이 연결되어 있듯, 한줄 한줄, 무언의 연속성을 만들며 내 머리에 자리잡고 있음이 느껴졌다.

 

오히려 단편이고, 두껍지 않았기에 단숨에 읽어 완독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번째 주제 속에 소제목으로 뒤에 서는 기쁨(pp.144~147) 으로 펼쳐 지는 이야기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마무리 하고 싶다.



 딸아이는 늘 내 뒷자리에 있었다.  그가 어렸고 내가 그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르 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내 앞에 나서서 내 흠을 립지 않게 고쳐 주곤 한다.  (중략) 딸아이가 내 앞에 섰다.  자연스럽게 나는 딸아이 뒤에 서서 산을 올랐다.  앞서 가는 딸아이의 키가 시야를 막고, 젊은 그의 걸음이 내게는 맞지는 않다. 그런데도 딸아이를 앞에 세우고산을 오르는 일이 싫지 않았다. (중략)  나는 여태껏 가족을 위해 늘 앞에 서서 여기까지 왔다. (중략)  온갖 불평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의무감에 앞이라는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중략)  갈림길 앞에서 달아이가 내게 물었다....(중략)... 나는 내 방식의 길을 그 순간 버렸다. (중략)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자만 서슴없이 딸아이의 길을 따랐다.  그래서 나는 또 그것이 몹시 기뻤다.  이 나이에 나의 길을 딸아이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딸아이의 뒤를 따르는 동안 내 방식의 길을 버렸다.  그것이 비록 이번 한순간의 양보라 할지라도 그래서 기쁘고 뿌듯했다.  나의 길을 고집한다 해도 세상의 모든 순서가 그렇듯 언젠가 나는 내가 가는 길을 누군가에게 비켜 줘야 한다.  그것이 나의 딸아이든 얼굴을 모르는 다음 세대이든.  뒤에 선다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이제는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식을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왜 부러웠는지 오늘에야 알겠다.  삼의 이치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기쁨 때문이 아닌가 싶다.(pp.144~147)


 

사실 이 소제목의 내용 뿐 아니라 계속 언급했듯이 내용 하나하나에 공감을 싣기에 부족함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이 제목의 내용을 거의 다 인용하다 시피 한 것은 책 제목에 근거된 공감대 인용인 것이다.

 

뒤가 이젠 꼴찌, 바닥, 마냥 쳐지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떨치고 싶다.  앞에 가면 리더쉽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뒤에 서려면 더 힘든 위치인 듯 싶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고, 앞이라는 소위 자랑할 만한 꺼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겠고, 내 의지를 버리고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앞서 가는 사람들의 방향이나 여러 모습 상황을 살펴보는 통찰력도 필요한 듯 싶다. 앞서 나가다 혹여 다른 길로 가면 뒤에서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을 듯 싶다.  앞에 가는 이들을 포용하고 무리를 이탈하지 않도록 융화시킬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을 소유하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또한, 뒤에 가려면 앞에 가는 사람들의 하나하나 건강과 무언의 몸동작까지도 다 파악하고 아우를 수 있는 힘도 지녀야 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뒤에 서려면 그만큼 자신이 모난 돌이 아니고, 매끄럽게 다듬어지는 노력의 과정을 통과한 사람이 아니면 그 역할 감당 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하고 싶다고 설 수 있는 위치고 아닌 듯 싶다.

그만큼 세월의 강을 건너 모든 것을 경험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것으로 포용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할 만한 위치가 아닐까?

 

확대 해석이고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나라는 독자에겐 이런 울림으로 다가온 이 책 내용에 대한 이런 느낌을 소중히 맘에 담아본다.

 

행복한 책읽기였다.

바쁘고 복잡하며 짜증과 고민이 포화상태로 치닫는 요즘... 내 머리속을 정화 시켜 깨끗하고 맑게 이정표가 되어 앞으로 새해를 지켜줄 지킴이의 등불로 기억창고 안에 자리잡은 이 책.... 참 소중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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