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밥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이 밥을 안 먹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괴물이거나 귀신이거나 ...  사람을 잘 만나도 잘 만난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가보다. 입이 함지박만 한 여자를 색시로 얻은 이 남자는 어디에 이런 색시복이 들어있었을까? 생긴 걸로 보면 좀스럽기 그지 없는데 말이다. 입이 큰 색시는 손도 크고 풍째도 좋고 얼굴에는 인심이 줄줄 흐른다. 쑨풍쑨풍 아이도 잘 낳게 생긴 전형적인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다.

남자가 문제다. 쫌스럽게 색시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눈이 등잔만해져서 곡식 줄어드는 생각만 한다. 연애결혼이 아니어서 이러 사단이 난 걸까? 서로 암것도 모르고 결혼을 했으니 ...  그 복스럽게 밥을 먹는 색시가 왜 안 이뻤을까? 우선 내가 많이 먹으니 할 말은 없지만 여튼 먹는 일로 타박하는 사람치고 멀쩡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색시가 먹성도 좋으니 힘도 세고, 일도 잘 하고, 밥도 잘 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들에 해나간 밥을 다 먹어치우는 색시를 보고 기암을 하는 이 남자, 결국 일을 내고야 말 줄 알았다. 집에 돌아가 콩을 볶아 먹고 있는 색시 배를 손가락으로 쿡 찔러서 죽게 만들었다. 나쁜 놈!  예전 먹을 거리가 귀하던 시절, 배터지게 실컷 먹고 죽어도 원이 없겠다라는 말의 한을 보는 듯 하다. 먹는 것 앞에서 늘 환하게 웃는 색시의 모습이 짜안하다. 우리 조상의 여인네들의 삶의 고초를 보는 듯도 하고.

 많이 먹는 일에 여전히 질려 있는 쫌팽이 남자가 이번에는 잘 한다고 입이 개미구멍만한 색시를 얻었다. 색시는 밥알 세 알을 입에 넣고 쫄쫄 빨아 먹고는 "아유, 배부르네, 배불러."한다. 그러니 남자는 입을 헤벌리고 좋아라 한다. 그러면서 밥을 더 적게 먹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밥알 두 알을 쫄쫄 빨아먹고는 색시가 하는 말이, "견딜 만하네, 그럭저럭."한다. 남자가 또 요구하자 이번에는 밥알 한 알을 쫄쫄쫄 오래 빨아먹으며 하는 말, "모자라네, 모자라."라고 한다. 그런데 날마다 곳간의 쌀은 쌓이기는 커녕 점점 줄어들어가기만 한다.

치사함이 하늘을 찌르는 이 남자가 그냥 있을 리가 없지. 언덕 너머에 숨어서 집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색시가 곳간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쌀가마니를 번쩍 들고 나온다.  그러더니 썩썩 쌀을 씻어서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그러더니 마당에 문을 훌떡 벗겨 척 깔아 놓고 그 위에 밥을 똘똘 뭉쳐서 주욱 늘어 놓는다. 개미만한 입으로 "참 맛있겠다."~

먹는 데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옛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먹다가 배터져 죽은 전 색시의 원한이 그냥 묻힐 리가 없다. 허억!! 남자는 입 작은 색시의 정체를 알고는 새카맣게 질려서 죽자사자 꽁지 빠지게 멀리멀리 도망을 쳐버리네. 곱게 빗어 뭉친 머리카락 속에 커다란 입을 숨기고 있는 색시의 정체~ 반전이 세다. 

사람 사는 일은 다 먹자고 하는 짓이라는데 먹는 일로 어쩐지 유난히 야박스럽다 했다.

그러고보면 예나 지금이나 먹는 걸로 치사하게 구는 일이 제일 못할 짓이다. 먹는 데에 복이 든다는 말도 있으니 잘 먹는 일, 잘 먹게 만드는 일에 모두 사랑을 퍼부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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