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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 장서리 내린 날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지음, 김은정 옮김, 이순원 강원도 사투리로 옮김 / 북극곰 / 2011년 10월
평점 :
세상 곳곳의 눈 오는 풍경은 어디나 비슷한 가 봅니다.
<눈 오는 날>은 우리 나라 그림책인 줄 알았어요. 눈 풍경 안에 버섯처럼 솟은 뽕나무며, 나직나직한 시골 집이며 굴뚝새 딱따구리 여우 당나귀 소 모두 낯익은 것들이라서 말입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마을에도 대관령 너머 마을처럼 흰눈이 한 길이나 펑펑 내리는가 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황소 아저씨>도 생각나고, 우크라이나 민화인 <장갑>도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하구요.
"정말 다행이지 뭐에요! 우리한테는 쉴 곳도 있고 먹을 것도 넉넉하고 아늑한 잠자리도 있잖아요."
"그나저나 밖에 있는 동물들이 걱정이네요."
당나귀 아저씨와 젖소 아줌마가 주고 받는 말 속에는 어릴 적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두런 두런 주고 받던 말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 있는듯 합니다.
서울 아이들은 강원도 사투리를 읽는 것 조차도 힘들어 하지요. 그런데 이 책은 친절하게도 출판사 사이트에 작가가 직접 사투리로 들려주는 클릭 단추가 있습니다.
문밖에서 사는 어렵고 헐벗은 생명들이 어디 한겨울 장설 속에 갖힌 짐승들 뿐이겠습니까.
아직 눈도 오지 않은 이 늦가을에도 세상 곳곳에는 아프고 배고프고 상처입은 생명들이 무수히 있습니다. 비좁은 자리 한 켠만 비워줘도 따뜻하게 숨 돌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 한 권의 그림책이 큰 울림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