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1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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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어요

극한견주로 대형견 키우기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 부셔준 작가 마일로의 신작이 드디어 나왔다.

이번엔 크레이지 가드너로 가드닝에 대한 온갖 환상을 깨준다.

맨 처음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땐, 뭐지? 궁금증이 한가득이었다.

근육질의 등치가 산만한 식물이라니, 이건 또 뭐야. 표지 보면서 웃음부터 나왔다.

어릴 때, 할머니가 정원과 식물들을 그렇게 많이 곱게 키우고 계셨는데, 정말 보기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그게 그렇게나 손이 많이 타는 작업인지 전혀 몰랐다.



 



물시중은 고되고 힘들다. 웰컴 투 가드닝 헬


식물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식물은 키우다가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던 건 도서관 알바를 했을 때, 빼곡히 들어서 있는 식물들의 물 주기를 하면서부터였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아님에도, 도서관 곳곳에 있었던 크고 작은 화분들을 보면서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는데, 할 일을 설명해 줄 때 일일이 이건 물을 얼마나 줘야 하고, 애는 물을 갈아줘야 한다까지 자잘한 부가 설명은 잔소리로 들었다. 식물은 물만 주면 잘 자라겠지, 부지런히 물을 줬다.

주 업무 시작하기 전 30분 전에 나와서 물을 줘도 100개가 넘는 화분의 관리는 만만치 않았고, 물을 다 주고 나면 1시간가량 걸렸었다. 특히 등치가 큰 애들은 물을 다 주고 나면 화분 물 받침에 물이 다 새서, 그걸 또다시 버려줘야 했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피로감이 묻어나는 기억이다.

무엇보다 짜증 났던 건, 아무리 열심히 물을 줘도 잎이 누러지거나, 시들시들해지면 왜 그런지 모르니까 야단을 맞았었던 점이다. 왜 죽는지 이유를 모르는데, 제대로 안 키웠다고 혼이 날 때마다 왜 이런 일로 혼나야 하나 싶었다.

어느 날은 나무가 계속 죽는데, 그 안의 벌레인지 진드기인지를 잡아야 한다면서 그거 못 잡으면 너네가 비싼 나무 죽인 거라면서 까칠하게 굴던 교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크레이지 가드너 보면서 웃펐다. 아, 내가 뭘 잘 몰랐구나.

집에서도 아빠가 엄마와 나에게 쏟는 애정보다 식물에게 쏟는 애정이 크다고 생각하면서, 아빠는 우리보다 식물이 더 중요하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과 정성, 관심을 기울여도 자칫하면 죽는 게 식물.

도서관 이후로도 여러 직장에서 식물을 키웠었다.

삭막한 사무실 환경에 정이 안 가서, 혹은 엄마가 공기 정화용으로 사줬던 식물들 전부 이유 없이 비실비실 죽어갔다. 사무실 안에서 키우다가 죽은 화분만 몇 개인지 세어 보진 않았지만, 많이 저세상으로 보낸 소위 식물 똥 손이다.


 


 

식물이 죽으면 빠른 포기로 다신 기르지 않았던 나와 달리 끝까지 집착한

작가는 가드닝계의 고인물이 된다.

작가 역시 많은 수의 아이들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비실비실 영문을 모르고 말없이 죽는 식물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식물 키우기에 더욱 집착하게 된 작가는 선언한다. 살아남는 아이들만 키우겠다고, 그렇게 보유 화분만 200개를 키우게 되는 가드닝계의 고인물이 된다.

웹툰에는 작가의 산지식과 경험담이 한가득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의식의 흐름처럼 구성된 이 작품은 식물 키우기를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인가 오호, 나도 했었던 생각인데, 결과는 이렇다고, 미리 경험할 수 있다.

가드닝이라는 식물 지옥세계에 발 담그기 전에 말이다.


 

 

보유 화분만 200개, 이 책을 보기 전 가드닝에 대한 생각과 본 뒤의 가드닝에 대한 생각

가장 알쓸신잡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해충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나 괴롭고, 힘겨운 시행착오들이 많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귀여운 아가의 모습으로 형상화 시켰다. 너무나 귀엽지 아니한가.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절로 궁금해진다.

읽다 보면 정말 웃프다. 해충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농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는 조언을 받고 해충과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 유기농 라이프로 식물 아가들을 키우기엔 너무나 힘겨운 것.

가드닝을 접하기 전에 생각하고 있던 모든 상식을 뒤집어주기에 유용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해충을 보셨나요? 하지만 실제 해충의 존재는 그렇지 아니함.

또한, 실용성 따지는 MZ 세대이기에, 비싼 종을 키워서 식테크를 해보려 애를 쓰지만, 무늬 있는 종으로 기우려면 정말 까다로운 조건으로 키워야 하기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다가, 예전에 구입했던 가격에서 화들짝 오른 가격에 놀라기도 하는 작가.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이나 텃밭에서 집에서 먹을 상추나 허브를 키워보자고 의욕 있게 덤볐지만, 조명이 있는 곳은 이미 다른 비싼 화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자연광으로 키우다가 새에게 먹이로 희생되기도 한다. 뿌리 식물인 고구마를 열매 통째로 키우고 고구마가 생기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헛수고를 한 에피소드 등. 한 번쯤 집에서 쉽게 키우자고 생각했었던 것에도 재동을 건다.


 

 

작가가 겪었던 온갖 삽질 경험을 보면서 독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드닝 해야 해?

분명 멋진 플랜테리어를 생각하면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플랜테리어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식물을 키우기 위한 조건에 만족하는 기능으로 채워지고 마는 집안 인테리어.

조명마저도 까다로운 식물이 만족할 만한 상황으로 변해가니 이 어찌 까다롭지 않으리오.

식물 똥 손도 키울 수 있다는 마리모(한 번쯤 지나가면서 키우고 싶어 했던 식물일 것이다)조차도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의문이어서 그만 죽여버리고만 작가.

한참 마리모도 붐이어서 키우는 게 유행이었던 게 기억난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내가 키워도 죽이지 않겠구나 생각했던 식물.


 


똥 손도 키울 수 있다는 마리모를 그만 죽여버린 작가

그밖에 다육이 선인장 등 햇빛을 한가득 받아야 하는 식물들을 바깥에 내놓고 키웠을 때 최강 빌런인 새.

어렵게 구한 하월시아가 결국 원하는 종으로 키워지지 않을 때 느끼는 비애감.

식덕들 눈에는 비싸고 귀한 식물이고 무늬인데, 일반인들 눈에는 그저 병든 화초처럼 보이는 아이러니.

열심히 읽으면서도 실덕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지식들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남이 한 실패담을 읽는 건 재미있다.

자신이 한 삽질은 재미있지 않지만, 남의 한 삽질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흥미진진하니까.


 

 


극한 견주에서도 나름 전원생활과 풀밭이 있는 드넓은 주택에 대한 환상을 처참히 깨부셔줬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 랜드가 되어 버리는 잔디밭.

잔디도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머니의 부지런함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 많은 손자, 손녀들, 아들, 딸들이 명절에 와도 꼬박꼬박 맛있는 걸 챙기시면서, 수많은 화분과 정원을 아름답게 관리했던 할머니. 정원이 딸린 집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생활 속에서 부지런함이 존재해야 한다.


 

전원생활의 꿈과 현실

아마도 내가 화분을 키운다면, 버섯과 해충들이 가득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작품.

화분에 생기는 버섯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치명적이니 절대 먹지 말자고 하는 작가의 말이 왜 이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보면서 크게 웃기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극한 견주에서도 그렇듯이 이 작품은 적극 가드닝을 권장하는 웹툰이기도 하다.

그렇게나 실패하고 삽질하고, 오늘도 물시중을 드느라 고되겠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얻는 힐링이나 공기 정화 등 여러모로 얻는 점이 많은 활동일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바깥 외출이 많지 않은 요즘 집안에서 하기 가장 좋은 취미활동이 아닐까?

단순 취미 활동은 아니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 작가지만.


 

버섯이 자라는 건 정말 싫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별책부록인 스티커만 보면 가드닝의 세계에서 멀어지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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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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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삶의 날개가 되어주는 시와 그림을 담은 시화집. 풀꽃시인 나태주 & 화가 유라가 함께 만들어 4계절로 인생이라는 여행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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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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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의 시인 나태주와 걸스데이의 멤버이자 화가인 유라가 

시와 그림으로 만났다



언젠가 다른 시집의 서평을 쓰면서도 이야기했지만, 학창 시절 이후 시를 잘 읽지 않는다.


에세이나 소설은 읽어도 시는 어딘가 모르게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시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학창 시절 시에 대해서 너무 많은 분석을 해서인가, 단순한 시를 읽고 난 뒤 그 여백을 즐기고 감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시는 어딘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읽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이상하게도 얇은 시집도 잘 잡고 읽지를 못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정체된 삶이 연속되자 사람들과 닿고 싶어서 중독처럼 의지했던 음성 채팅 외에 메타버스나 영화같이 보면서 채팅하기 등등에서 때론 많은 위안을 얻었지만, 내면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했다.


세상과 닿아있고 싶었지만, 동시에 혼자가 되고 싶었다.


잠시 모든 것에서 오프라인 상황을 만들고 읽게 되는 건 결국 시집이었다.



아무리 시집을 많이 읽지 않고, 시에 대해서 알지 못하더라도 기억하고 많이 써먹는 시가 있다.


간혹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하곤 했던 이 시를 지은 나태주 시인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실은 EBS 클래스e를 통해서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



저녁 시간 이후 EBS에서는 클래스e나 위대한 수업, EBS 비즈니스 리뷰 같은 유용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기에 켜놓고 다른 작업을 하곤 했다. 어느 날 굉장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들으면서 맘이 너무 편안해졌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인생의 대선배 같은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만 정체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위로받았던 기억이 난다.


첫 시간을 그렇게 듣고, 죽 12강을 다 들었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인생 수업.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시작해서 교장까지 지내시면서, 많은 시를 썼던 나태주 시인.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쓰는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지친 독자들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계셨기에, 정체된 삶 속에서 갇힌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EBS 클래스e의 풀꽃 인생 수업으로 접하게 되었던 나태주 시인, 

걸스데이 유라가 화가로 그림을 그린 이번 시집




코로나 전에도 딱히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기에 하루하루가 축제라는 기분으로 이런저런 행사나 전시를 찾아다니면서 소확행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요즘 시와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여행의 기분을 선사해 주는 이번 시집은 4계절로 나누어져 연결되어 있다. 


봄의 풋풋한 계절감과 상큼한 여름, 감성적으로 풍부해지는 가을, 모든 계절의 끝이자 다시 시작으로 가는 관문인 겨울.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각자 느낀 대로 쓰고, 그렸기에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흐름이 보이는 그림과 시




시와 그림은 정체된 삶의 충분한 위로를 준다. 


가지 못한 여행도, 줄어든 외출과 변화가 없는 하루 속에서, 하루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시와 그림. 최근엔 일상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찾고자 노력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쓴다.


그런 삶 속에서 작은 기쁨을 주는 분들께 고마워하고, 바로 곁에 있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히 보내려고 한다. 예전보다 많은 시간 함께 보내서, 더욱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하고 가끔씩 시집을 읽으면서 찬찬히 보내려고 한다.


오갈 곳 없는 마음의 쓸쓸함을 일상의 소중함, 계절감과 여행을 꿈꾸며 날려버리길 바란다.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나태주 시인과 화가 유라지만, 두 사람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각에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인생의 여행자이기에, 두 분의 마주침의 결과인 이 시집을 보면서 함께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나태주 시인과 유라의 친필 사인과 그림이 담긴 접이식 일러스트 달력이 보너스로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사인하시면서 쓴 한마디마저 시 같은 느낌이어서 감동이 더 컸다.



나태주 시인과 화가 유라의 친필 사인 & 일러스트가 담긴 접이식 달력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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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 내가 사랑한 밈들
코지마 히데오 지음, 부윤아 옮김 / 컴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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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게임 크리에이터 코지마 히데오에게 영감을 준 책, 영화, 문화 전반적인 밈들을 총망라해서 정리한 책. 창작자와 게임 제작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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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 내가 사랑한 밈들
코지마 히데오 지음, 부윤아 옮김 / 컴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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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 하면 생각나는 대표작 메탈기어 솔리드

언젠가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그림책을 제작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관련 강좌를 들으러 갔었다.

거기서 들었던 이야기는 그림책을 제작하려면, 좋은 취향을 따라가라였다.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서점 가서 여러 그림책을 읽어보고 난 뒤 제작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추가로 들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취향이 별로라고 생각되면, 그 분야의 인플루언서나 멘토가 되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라는 것이었다.

저작권 자유의 시대 속에서 요즘은 생각할 수도 없는 문화적 수혜를 받고 자랐다.

이상하게도 요즘 접하는 정보나 읽고 보는 영상들은 많지만, 어린 시절 읽었던 책과 영상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어제처럼 기억난다. 지금은 넘쳐나는 정보와 책들, 영상물들의 홍수지만, 당시에는 많지 않았지만 정보를 접하면서 내 취향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서 내 취향이 아닌 작품들을 죽 훑어보기도 했고, 오히려 요즘처럼 베스트셀러나 대세를 따라가는 경우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베스트셀러나 대세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따라가지 않았으며, 친구들과 소소히 취향을 나누거나 추천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딱히 평점과 대세가 아니더라도 내가 끌리면 본다.

그런 나에게 이름만으로도 끌렸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코지마 히데오. 사실 그의 이름은 오빠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 이름이었다.

게임을 좋아했던 오빠가 있었고 당시엔 나름 게임 붐이었다. 아마도 정책적으로도 게임회사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임을 많이 좋아했던 오빠와 달리 게임을 적당히 좋아했던 나는 게임회사에서 잠시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대와 다른 업무, 맨 처음에 자유로운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던 조직 속에서 의외로 젊은 꼰대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거기서 내가 느꼈던 건 게임회사도 결국 조직이고, 게임회사뿐만이 아니라 어딜 가도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곳은 많았기에 지나왔던 흔적에 불과했다는 걸 느꼈을 뿐이다.

좋은 기억이 많지 않았던 비디오 게임회사 QA 업무 속에서 플레이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몇 있는데, 나의 컨트롤은 미숙했지만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였다. 내가 테스트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테스트하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나 오빠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작품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다.

당시에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이 신선했던 것은 게임에 영화적인 연출을 한 점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메인 테마송부터, 주인공인 스네이크가 마치 007 시리즈처럼 진화하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그런 게임은 흔치 않았다.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이 중간중간에 있었고, 게임을 하면서도 첩보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체험하듯 몰입해서 플레이했던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지금은 그의 게임을 아쉽게도 하고 있지 않지만, 장장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의 게임으로 불리는 작품을 제작한 천재 크리에이터의 취향을 따라가보고 싶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궁금했다. 아마도 게임 제작자나 다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도 궁금하리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 열쇠아이였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외롭고 쓸쓸함을 책을 읽으면서 덜어냈고, 세상과 이어짐의 수단으로 택했다.

코지마 히데오와 나의 취향은 얼마나 맞아떨어질까 궁금해하면서 그가 읽었던 책들, 만화와 영화, 잡지들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훑어봤는데, 의외로 많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일본 작품들이 많았는데, 내가 접했던 일본 소설과 만화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의외로 역시 이 작품도 좋아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감 갔던 부분은 책의 첫 부분인 <시작하며>라는 글이었는데, 몇 페이지 되지 않았지만 가슴속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시절 열쇠아이여서 집에 돌아오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이야기, 책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찾게 되고 나서부턴 꾸준히 서점에서 취향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면서 깊이 공감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 문장은 가슴 깊이 각인되었다.

고독하지만 연결되어 있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책 전반적으로 설명해 주는 문장. 고독하지만 연결되어 있는 유대감을 전달하기 위해 쓴 책

서점에서 책을 골라서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나 세련되고 알기 쉬운 문장으로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예전엔 이런 시간을 소중히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엔 정말 간간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책과 분야의 서가만 골라서 가서, 책을 보지만 오히려 책보다는 굿즈를 구경하고 그 외의 부분을 더 많이 구경하는 거 같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오프라인 서점 가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만남은 우연이고 운명적이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행동해서 선택한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이것은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서점을 간다.

만남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매일 다양한 책을 스쳐 지나며 어쩐지 신경이 쓰이는 책, 자신의 존재를 호소하는 책, 그냥 지나쳐 버리는 책 제각각 다른 인연이 있다.

그런 인연을 확인해 가는 사이 나에게 의미 있는 만남을 발견한다.

자연스레 자신의 감성을 단련하게 되는 것이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선택을 하면서 알 수 있는 취향과 흐름



코로나로 모두가 뿔뿔이 떨어져 있는 이 시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닿기를 원하고, 꽤 다양한 채널로 사람들과 이어지기도 했었다. 나는 잠시 집중하기 위해서 그 채널로부터 떨어져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작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평소 전혀 마주칠 수 없었던 다양한 지역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클럽하우스나 와치 파티, 메타버스를 통해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ME+ME의 시대. 저자가 이야기하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계승되는 문화적 이어짐이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시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며 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마치며 부분을 첨부해 본다.

 

 


코지마 히데오가 이야기하는 MEME과 함께 이어지는 세계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으로 코지마 히데오를 좋아하는 분들과 또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과 이어지기를 바란다. 범람하는 정보와 쏟아져내리는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이어지는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요즘은 다들 과정보다 결과에만 치중하고, 대세에만 치중하고 편승하려고만 한다.

나만의 취향이 모여서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걸 잊지 말자.

모두가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은 고독에서 벗어난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작가에게도 끝이 있다.

그리고 작가는 끝을 맞이하기 전에 이야기를 끝맺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창작자는 왜 같은 시리즈를 이어 가는 것일까?

팬이 열렬히 원하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끝내고 싶은 마음 한편에 팬들로부터 등을 돌리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작가와 시리즈는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만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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