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에서 뇌 연구를 하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37세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겪는다. 동정맥 기형이 뇌의 좌반구에서 터져서 이후 네 시간동안 뇌기능이 정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좌반구가 관장하던 언어 기능, 운동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후 완전하게 기능이 회복되는데는 8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똑똑하고 지적이며 끊임없이 ‘나‘라는 개별성을 환기하는 좌뇌가 멈추었을 때 테일러 박사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었다. 우주와의 합일을 느끼고 열반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전공 분야인 뇌과학으로 설명했다.
1970년대 후반 아직 학생이었던 테일러 박사는 스승이었던 스페리 박사의 곁에서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축삭 돌기를 절개함으로서 뇌를 분리하는 실험에 참가했다. 좌뇌와 우뇌는 완전히 분리되었고 한쪽 뇌에서 발작을 일으켜도 반대편 뇌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분리 뇌 실험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전혀 다른 특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테일러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네개의 뇌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너무나 다른 네개의 뇌는 같은 상황에서 욕구도 다르고 감정도 다르다. 전혀 다르지만 넷 다 ‘나‘의 뇌이기에 혼란이 생기지 않으려면 각각의 뇌의 성질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각각의 뇌가 조율하는 것을 테일러 박사는 두뇌 회담이라고 부른다.
네 개 뇌의 특질을 알아보자. 테일러 박사는 편하게 각각의 뇌를 캐릭터 1,2,3,4라고 부른다.
먼저 좌뇌 캐릭터1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정리하고 계획하고 분류하고 질서를 잡는다. 도덕적이고 방어적이며 따지기 좋아하고 계산에 능하다. 나와 적을 구별한다.
다음 좌뇌 캐릭터2는 우리가 뇌간이라고 부르는 부위다. 뇌간은 파충류의 뇌다. 생존을 담당한다. 뇌간 덕분에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위험을 감지하고 달아날 수 있다. 본능에 충실하다. 가장 감정적이다. 쾌와 불쾌로 모든 것을 분별하는 아이와 같다. 화내고 욕하고 징징거리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거짓말을 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한다. 수치심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도 캐릭터 2다.
우뇌에도 좌뇌와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캐릭터3이 있다. 좌뇌의 캐릭터2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현재의 위협을 판단하여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우뇌의 감정형 캐릭터3은 현재를 본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우뇌의 캐릭터4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합한다. 우주적 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수용하고 화합하며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아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다른 네 개의 캐릭터가 각각 자기 주장대로 한다면 우리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개 우리는 좌뇌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을 때가 많고 일의 성공에 몰두하거나 파충류뇌인 캐릭터2로 인해 과거에 붙들리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네개의 캐릭터가 잘 화합하여 평화를 이루었을 때 우리 자신도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90초간 멈추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천천히 호흡을 고르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똑바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온 우주의 기운이 도울 것이다. 우주는 곧 나고 내가 곧 우주다.
덧) 테일러 박사가 두뇌 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명상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적 명상이라고 해야 할지? 어떤 종교든 과학이든 심리학이든 도달하는 곳은 비슷한가 싶다.
또) 약 50조개의 세포들이 나라는 존재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 싸우고 협상하며 종횡무진한다. 엉뚱하게도 재밌게 본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생각났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