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말은 살림 밑천이라 했는데, 요즘에 딸은 돌봄 밑천이다. 특히나 결혼하지 않은 딸은 거의 간병보험이다. 나의 비혼 친구들이 떠올랐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다. 고 부모님에게 엄청 구박을 받았던, 가족 공동체와의 연결이자의로든 타의로든 느슨해져 있었던 비혼 여성들. 그러나 그녀들을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다시 호출하기 시작하는 순간은 항상 ‘돌봄‘이 필요한 순간들이었다. 가족 내에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마자, ‘언니/동생은 아이들을 키우잖니. 자기가 돌봐야 할 다른 가족들이 있잖니‘라는 말과 함께 돌봄 당사자로 호명되었다. 무슨 일을 하건, 실제로 얼마나 시간을 낼 수있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은 곧바로 ‘그녀에게 돌봐야 할 다른 사람들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고, 그것만으로도 돌봄노동에 소환될 명분으로 충분했으니까. 나도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누구에게라도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말, 친근하고헌신적인 돌봄은 항상 ‘딸, 며느리, 아내, 어머니‘처럼 여성의 - P148
형태를 취해야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이 표현들의 자연스러움에 취하는 순간, 돌보는 당사자인그 여성들의 고립감은 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돌봄이 실제로는 노동이며, 이 노동이 어느 계층, 어느 성별의 사람들에게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는지가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독박 노동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에 무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동네에서 만들고자 하는 돌봄의 생태계는 이런 자연스러움의 함정을 의심하는, 평등하고 호혜적인 돌봄이어야한다. - P149
과호흡Hyperventilation. 폐포에서의 공기 교환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체내 이산화탄소 분압이 낮아져 신체가 알칼리성으로 변하며 생기는 증상이다. 손발이 마치 꼬이는 것처럼 저릿저릿하고,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호흡을 빠르게 하여 나타난 증상이니 호흡을 천천히 하기만 하면 웬만하면 좋아지련만, 안타깝게도 저런 증상이 나타나면 사람은 당황해서 숨을 빨리 몰아쉬게 된다. 그러니 증상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응급실에 실려 오는 이들이 많다. - P153
"나는 과호흡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을 프리다이빙 자격증을따면서 배웠다. 프리다이빙은 숨을 참고 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과호흡을 하고 들어가면 뇌가 저산소증에 빠지는 상황을 인지할 수 없어 결국 블랙아웃이라고 하는 저산소증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프리다이빙 전에는 반드시 들숨과 날숨을 1:2 비율로 하도록 준비시킨다. 날숨을 천천히 하여 체내에 이산화탄소를 쌓이게 하고, 그럼으로써 호흡 충동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사람은 산소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가 이산화탄소를 뱉고 싶어서 숨을 쉬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나를 따라 숨 쉬게 했다. 천천히 깊게 들이쉬고 그보다 훨씬 더 천천히 내쉰다. 하나둘셋넷에 맞춰 숨을 들이쉬고, 하나 둘 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에 맞춰 내쉰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하면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시작하면서과도하게 높은 산소 분압으로 인한 호흡성 알칼리증 증상들이서서히 사라져간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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