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감시를 받는 집단을 이뤘다. 그녀들의 행동, 취향, 욕망은 이야기의 단골 주제가 됐고, 불안해 하면서도 의기양양해 하는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 페미니즘은 유머 없는 보복의 낡은 이념이었으며, 젊은 여성들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그녀들은 페미니즘을 거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녀들이 가진 힘과 그녀들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상상의 형체를 부여할필요가 있다는 듯이, 여전히 남자들보다 더 많은 소설을 읽었다.) ≪남자들이여, 여성들을 사랑해 줘서 고맙습니다≫는 한 여성 신문의 제목이었다. 여성들의 투쟁은 잊혔고, 공식적으로 되살릴 수 없는 기억만이 남았다.여자들은 피임약으로 인생의 주인이 되었으나, 그것을누설하지는 않았다.
주방에서 낙태를 했고 이혼을 한 우리들, 여성 해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다른 이들에게 쓰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들은 피로감에 빠졌다. 여성의 혁명이 일어나기는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50세가 넘어서도 계속 생리를 했지만 이전과는 색깔도 냄새도 다른, 헛된 피었다. 그러나 죽음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 규칙적인 시간의 리듬이우리를 안심시켰다. - P217
그녀의 퇴직, 그보다 더 일찍 찾아온 폐경기처럼 오랫동안그것은 미래에 대한 상상의 한계의 극한을 의미했다. 수업내용 요약과 수업 준비를 위한 독서 노트가 어느 날 갑자기아무 필요 없어졌고, 텍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깨우친 박식한 언어는 더는 쓰지 않게 되면서 그녀 안에서 지워졌다-그녀가 어느 문체의 명칭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찾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이름을 잊어버린 꽃을 두고 ≪이름을 알았었는데≫라고 말했던 것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 P294
그녀 나이대의 모든 여성들의 가슴에서 깨어난 듯한 암. 알에 걸린 것이 거의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가장 두려운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녀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고, 같읁시기에 첫째 아이의 배우자의 뱃 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ㅡ초음파로 여자 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에상에서 자신이 빠르게, 지체없이 대체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P294
옛날 학창 시절, 자신의 방에서 글쓰기를 꿈꿨을 때, 그녀는 점술가들처럼 신비로운 것들을 밝히는 낯선 언어를 찾아내기를 희망했었다. 책을 완성하는 것을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타인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높은 업적으로, 영광으로 상상하기도 했다 - 어릴 적 그녀가 자고 일어나면스칼렛 오하라가 되어 있기를 바랐던 것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내놓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후로, 40여명의 학생들이 있는 시끄러운 학급에서, 슈퍼마켓의 카트 뒤에서, 공원의 벤치 유모차 옆에서 이 꿈들은 그녀를 떠났다.
영감을 받은 단어들이 마법을 부려 등장하는, 형언할 수 없는 세상은 없으며 그녀는 자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에대항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유일한 도구, 오직 자신의 언어안에서만, 모두의 언어 안에서만 쓸 것이다. 그러므로 써야할 그 책이 투쟁의 수단인 것이다. 그녀는 이 야망을 버리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절실하며,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 사라진 음식들이 가득 놓인 식탁보를 감싸는 빛을 포착하기를 원한다. 어린 시절 일요일의 이야기 속에 이미 존재했던 경험한 것들 위에 금세 쌓이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빛, 지나간 시간의 빛을 구원하기를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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