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이 시기에, 그녀는 이혼 후 두 아들과 함께 살펴
‘애인을 만난다. 9년 전에 샀던 집과 가구들을 팔아야 했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초연했다. 그녀는 물질의 상실과 자유 속에서 산다. 마치 결혼은 그저 막간극이었던 것처럼, 두고 온 사춘기 시절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다.

 그때와 같은 기대, 하이힐을 신고 약속장소로 달려가며 숨을 헐떡이는 그방식, 사랑 노래에 민감한 그때와 같은 태도를 되찾는다. 같은 욕망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욕망들을 더 완벽하게 충족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섹스를 하고싶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 이제 자신의 육체의 절대적인동의 안에서 ≪성적 혁명≫을 이루고, 이미 오래돼 버린 68년 이전의 가치를 뒤집으며, 그녀의 나이가 갖고 있는 연약한 찬란함을 너무도 분명히 자각한다. 

그녀는 늙는 것이, 피의 냄새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두렵다. 최근에는 행정부로부터 2000년까지 현 학교 교사로 임명한다는 편지를 받고몸이 굳어버렸다. 여태껏 그 날짜에는 현실성이 없었다. - P196

되찾은 고독 속에서 부부 생활이 몽롱하게 만들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1940년과 1985년 사이‘여자의 운명 같은 것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역사 속에서 그녀의 내면과 그녀의 외부에 흐르는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모파상의 인생같은 어떤 것, 존재와 사물들의 상실, 부모, 남편, 집을 떠나는자식들, 팔아 버린 가구들 속에서 끝이 날 <완전한 소설>을 그녀는 손에 쥐어야 할 다수의 물건들과 현실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게 두려웠다. 그녀는 어떻게 중요한 사건들과 잡다한 사건 그녀를 오늘날까지 이끌어 온 수천 번의 나날들이 쌓인 이 기억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 P198

우파는 돌아왔다. 그들은 과감히 해체했고 민영화했으며, 해고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와 재벌세를 없앴다. 그것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충분하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미테랑을 좋아하게 됐다. - P201

미테랑의 재선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파 정권 아래에서 항상 분노하며 사는 것보다 좌파 정권 아래에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세월의 불가역성 속에 이 대통령 선거가 큰 변화의 좌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다만 피에르 데프로주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일부러미테랑을 뽑게 하려고 만든 것 같은 영화 속 그로제이유, 뒤케스노이와 함께 그토록 오랫동안 웃은 적이 없었던, 어느‘봄날의 배경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때마침 뜻밖에 일어난사건들 - 레바논 인질들의 석방, 끝이 없는 이야기, 우베아동굴에서의 카낙 학살 - 그리고 시락이 미테랑에게 자신의눈을 똑바로 보며, 분명 거짓인 것을 진실이라고 표명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다가, 미테랑이 평소 습관대로 눈을 깜빡이지 않았음에 안심했던 티브이 토론만을 겨우 기억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최저통합수단으로 가난을 정비하는 것과 빈민촌 주택단지 계단에 페인트를새로 칠한다는 약속-소외계층이라고 불릴 만큼 충분히다수인 주민들의 생활 정비 - 만이 있었을 뿐이다. 자비는제도화됐다.  - P209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일어났고 ㅡ우리는 불멸의 공산주의를 믿었다ㅡ우리의 감정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 했다. 커다란 사건들을 감당하지 못 하는 느낌이었으며, 그런 순간을 살고 있는 동독인들을 부러워했다. 그 후, 우리는 서독의 상점안에서 그들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의 비참한 옷과 복대 가방을 불쌍히 여겼다. 소비의 경험이 없는 그들은 측은한 마음을 불러일으켰으며,
물질적인 재산에 대한 자제도 분별도 없는 이 집단적인 굶주림의 광경은 우리를 언짢게 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떠올리며 꾸며낸, 순수하고 추상적인 자유에 걸맞은 태도를보이지 않았다. ≪공산주의의 멍에를 쓴> 민족에 대해 습관처럼 느꼈던 비탄은, 그들이 자유를 쓰는 사용법에 대한비난 섞인 관찰로 바뀌었다. 우리는 행복과 ≪자유로운 세상을 가졌다는 우월감을 만끽하기 위해 소시지와 책을 위해 줄을 섰던, 모든 것을 박탈당했던 그들을 더 좋아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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