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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패밀리 -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우수상 수상작 ㅣ 고학년 책장
김다해 지음, 한아름 그림 / 오늘책 / 2023년 7월
평점 :
다양하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 시대이다. 일반적인 혈연가족이 아닌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기 위해 동거하는 형태의 가족도 생기고 있는 현실 속에 있다. 아직은 낯선 모습이긴 하다.
제30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인 「라곰 패밀리」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헤어져 스웨덴으로 입양을 가게 된 수아의 고모가 수아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도록 서로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이제 포기해야지 하는 순간에 서로를 찾게 된 수아고모와 가족들. 고모는 너무 어릴 때 입양을 갔기 때문에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고모와 함께 온 가족은 같은 성별의 파트너와 입양한 흑인 아이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모습이기에 수아네 가족으로선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수아의 할머니는 40년만에 만나는 딸에게 혼란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데 함께 할 시간이 적다면, 보통의 경우 그 기간 동안 매일같이 함께 있을 텐데, 외국에서 살던 고모 가족의 정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느껴야했던 그리움도 진심이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경계도 분명히 하고 싶은 그것도 진심이었다.
‘라곰(Lagom)’은 스웨덴어로 ‘적당한’,‘충분한’,‘딱 알맞은’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요즘 중시하는 워라밸과 같은 의미의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수아 고모와 수아네 가족은 마주했던 짧은 시간 안에서도 너무 급하게 친해지려 하지 않았고, 부담을 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며 배려하였고 다름을 인정하였다.
할머니집에 다 같이 가게 된 날, 며느리인 수아엄마는 자부타임을 즐기게 되어도 아무도 이상히 여기지 않았고, 태권도를 무지 좋아하는 수아는 여자아이지만 자신의 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냈으며, 가족들도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점점 다른 세대가 몰려오고 있다. 우리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세대와 서로 어우려져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 노력하여 다가가면 다름 속에서 합리성과 적당함을 배울 수 있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입양, 비혼, 동성결혼과 같은 문제를 아이들과 어떻게 토론해야 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많은 가치들이 자신만이 옳다고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 이 책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결국 개개인의 몫이다.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책들을 읽은 아이들은 마음이 넓고 큰 아이로 자라갈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