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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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자와 여자가 만나 언제쯤이면
서로가 서로를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 손을 잡게된 날일까?
아니면, 입맞춤을 하거나 잠자리를 같이 했을때일까.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픈기억이 절실할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신을 내보이기가 힘들어지고,
그 마음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는것이 힘들기마련이다.

처음의 시작이 틀어졌거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또다시 자신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 한구석이 찌릿찌릿하게 아프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별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세뇌를 시키고 안심을 시켜서
더이상 커져가지 않도록 나아가려는 마음을
옳아매어야만 하는 그런 어려운 감정들이
곳곳에 묻어나는 소설이다.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사랑을 하기엔,
이미 겪어버린 상처들은 영원한 흉터로 남아
개개인의 가슴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다시한번 아픈 흉터하나 늘어날까봐 용기를 내지 못한다.

소설속에 주인공처럼 뒤늦게 깨달아
용기를 내어 다가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도모른다.

그러나 내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서 놓아버린 그사람이
내 생애있어서 두번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인연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문中

"료스케"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루어낸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것 같아. 뭐랄까, 내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거지.


"미오"

'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탐닉하다'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빠지다'라는 건 영혼의 문제다.


by.jinna

[Jan. 26, 2006 ~Jan.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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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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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의 글을 읽을때면
평소 넘쳐나는 생각들은 두배로 증폭되고,
내가 하고있는 또는,
나와 접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어딘엔가 숨어들어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있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내가 동화가 잘되는 성격이라는 것은 익히 잘알고 있지만,
특히 하루키의 글과는 코드가 맞아떨어져 버린다.

그게 문제다.

 

"상실의 시대"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고 여자의 죽은 애인은 남자의 절친한 친구이고,
특별히 잘난 구석도 없는 남자는
어쩐지 여자들의 시선을 받아버려서는
끊임없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가고,
결국에는 두사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렇게 흔하고 흔한, 널리고 널린, 그런 연애소설일 뿐이다.

 

문제는 그런것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하루키의 문체랄까,
그 표현력이랄까 그런것이 문제다.

 

하루키의 글은 무겁고 차분하게 가라앉자서
감정의 침착함을 극대화 시키는데도
거기의 있는 그 무게감이라는 것은 어두운 무거움이 아니라,
뭐랄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순식간에 짙은 보랏빛 먹구름이 가득차서는
거들먹거리는 것을 느끼고 sentimental 하다가,
드디어 쉴새없이 세상을 집어삼킬듯 비를 쏟아내는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원해져버리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중에는 알수가 없어져서
세상을 혼자라도,
사랑도, 사람도 없이 살아갈수 있을듯한
그런 이상한 의식을 심어버린다.

 

그래서 읽으면 안되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한 기억이나 느낌따위는 또 잊어 버리고
하루키의 다른책을 펼쳐들곤 다시금 겪게되는 끊임없는 감정의 반복.

 

자기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버리는 어떠한 습관처럼
나도 벌써 그러한 감정의 반복에 중독되어
주기적으로 하루키를 읽어내려가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그가 오래오래 장수해서
더 많은 약물을 써내려가길 바랄수 밖에.


by.jinna
[Jan. 18, 2006 ~ Jan. 25, 2006]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는 사람들 중
하루키에게 중독된 사람들은 그런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의 글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나 분위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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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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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읽었던 이책이 차지한 내 머리속의 이미지는
호수를 배경으로 가장자리엔 두어그루의 나무가 서있고,
그 중앙에 긴코트를 휘날리며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걸어가고있는 한남자의 그림이다.

마지막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커서 읽은 좀머씨이야기는
과연 이것이 좀머씨이야기인지
주인공의 성장드라마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책에서 좀머씨는 그저 쉬지않고 돌아다니며,
그가 남긴 제대로된 말이라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두시오"정도이고,
종반엔 호수의 중앙을 향해 걸어들어가 죽어버린
그런 사람이다.

그에 비해, 주인공의 나무타기라든지,
좋아하던 여자아이의 이야기,
피아노선생과 까만건반의 거대한 불순물에 얽힌이야기,
자전거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사이 동반되는 동네사람 좀머아저씨의 이야기.

과연 어떻게 해석 해야하는건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뽀르뚜가보다도
작은 자리를 차지하는 좀머씨의 이야기가 맞는걸까?

아니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하면서
'그래,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머씨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뭔가 이상해 진걸꺼야..'
라는 식의 해석을 해야하는걸까.

계속 읽어나가면서 마지막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던 이유로,
호수로 걸어들어간 좀머씨를 보며 "어라, 이랬던가?"하고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난 알아버렸다.

이 책의 재밌는 점은,
자신이 어떤 시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좀머씨이야기"가 되기도하고,
키가 겨우 1미터를 빠듯하게 넘기는
평화로운 시골 남자아이의 이야기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평화로운 시골 남자아이의 이야기로 읽어버렸다.

by.jinna
[Jan. 16, 2006 ~Jan. 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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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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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책을 즐겨읽기는 하지만,
읽고나면 이걸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난감해져서,
내가 과연 이책을 읽기는 했었는지 멍한상태로 있다가
생뚱맞게도 내자신의 이해력이라든가
요약능력에 대해서 의구심만 솟아난다.

 

그러다보면 머리속에선
야미쿠로, 노박사, 조니워커상, 나카타상, 핑크속옷...
그런것들이 순서도 없이 빙빙돌고,
그러다가 내 머리 구석구석에
자기들 마음대로 위치해버려선
또 다시 난감해지는 그런 상황의 반복이 항상 일어난다.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라는 책을 읽다가
잠들어 버렸다든가, 그 난감함에 질려버린 이후로
전혀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의 책을,

(어릴때부터 먹지도 못하던 생선회를 커서 먹어보니,
 왜인지 모르게 반해버려선 매니아가 된 것처럼.)

커서 읽은 "해변의 카프카"를 시작으로
또다시 머리속이 난감해지는 일의 반복을 겪는데도!!

그것을 즐기는 어떤 중독적 성향처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더 심오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것을 읽어내곤,

" 아..뭔가 심오하고 , 어렵고, 무언가 들어왔는데...."

 

또다시 내 마음대로 자리 배치를 못하고,
핑크라던가, 호시노나 계산사가 스스로 알아서 여기저기 철퍽철퍽
 
(자기들 마음데로!! 내 머리속인데도 불구하고!!)
 
주저앉아 버려서 또 다시 난감하고,
그렇다고 그책들을 다시 두세번 읽어내자니
미칠지도 모른다는 그런 심리적 압박이랄까..

 

그리고 이제 하루키의 결정판이라는
"상실의 시대"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과연 나카타상이나 조니워커상이나 계산사나
그런것들을 다 끌여들이고 살살꼬셔서
내가 원하는데로 줄을 세울수 있을것인지...
 
뭐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은...

 

그래도 뭐랄까..
머리속의 파편이나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분리되어서,
여기저기 자극받아 돌아다니게 만들다가

제자리로 합체도 못시키게 하는

(중간중간 조니워커상같은 파편들이 살짝 끼어들어 처음부터 있었다는듯이 같이 돌아다니다가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서니, 원.)

그런 느낌들 때문에 하루키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게 아닐까.

 

by. ji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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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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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름이 어려운 이 작가.
하지만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라고 말하면
다들 아~그사람이구나!! 할 것 같다.


이 책. 사람을 빨아 들인다.
더 읽고 싶어서, 졸린눈을 비비고 잠자는 시간
조금 더 쪼개서 봐버렸다.


사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주인공인 그루누이에 대해서
그리고 줄거리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다.


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을
사람들. (소수의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들에게 조금더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해주고 싶다.


그래도 짧게 소개하자면..
주인공 그루누이(당연히 이사람이 "어느 살인자"이다.)의
탄생부터 흥미롭게 시작하여,
우리에겐 전혀 생소한 "향수"에 관한 분야를 알게해주고,
내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코를 킁킁거리게 하는 책.


내 체취에 익숙해졌을까봐, 입었던 옷에다 킁킁대게 만든 책.
다행히도 난 사람 냄새가 난다. *^^*


by. jinna
[Jan. 12, 2006 ~ Jan.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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