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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레시피 - 남편의 집밥 26년
배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주의사항 : 식전에 읽지 마세요. 배고파집니다.
<남편의 레시피>는 집밥을 책임지는 남편의 모습을 작가가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기록한 에세이다.
에세이다.
알라딘에 검색해 보아도 주제분류 에세이>한국에세이, 음식에세이로 나온다.
그런데, 나에겐 판타지 소설로 읽혔다.
비교하면 안되지만,
비교하는 것은 안좋은 것이지만,
이런 따스한 글을 읽으며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자꾸 비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럴수 있을까.
이런 집도 있구나.
이게 정말 가능하구나.
난 아빠가 해준 밥을 먹어본 적 거의 없다.
어릴 적에는 찬밥에 깨만 뿌려 볶아 만든 일명 깨밥을 몇번 먹긴 했지만...
나나 엄마가 차려줘야만 하고,
본인이 직접 덜지는 않지만 딱 본인이 원하는 양이어야 하고,
본인이 가위로 자르면 세상이 뒤집히지만 딱 본인이 원하는 크기어야 한다.
짜다, 또 고기냐, 물기가 너무 많다, 참기름이 많다 등 아무 소리 없는 날이 드물지만
본인은 반찬투정 한번도 해본 적 없고 고추장만 주면 잘 먹는다고 한다.
식후에는 과일과 커피까지 대령해야 한다.
물론, 바로 먹으면 부담이니 식후 30분에.
너무 하소연이지만, 나에겐 그랬다.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너무나 따뜻한 글인데, 힐링인데, 왜 씁쓸함과 허기가 가득해지는지.
씁쓸함은 나의 개인적인 사정,
그렇지만 허기는 나만 느껴지는게 아닐 것이다.
그라탕, 콩나물 불고기, 소떡소떡, 잡채, 제육볶음, 김치볶음김밥.....
이 책에서 나온 음식 중 한가지라도 먹어야 풀릴듯한 허기다.
p.229 어떤 상황에서도 두세 숟가락만 먹어보라고 권했다. 보고, 냄새 맡고, 꼭꼭 썹어 먹는 동안 짜증 나거나 못나게 굴었던 마음은 물렁물렁해진다고. 그러니 일단 따뜻할 때 먹으라고 한다.
그래, 일단 먹자.
내일 제육볶음을 먹어볼까, 김밥을 먹어볼까,
근데, 이 책을 아빠한테 선물하면, 전쟁선포일까?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