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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장편동화 허태준 그림 창비
p.79 "편할 때 미리 연습하는 게 좋을 거다. 좋은 길일수록 빨리 끝나는 법이지."
p.80 "잘 타니까 고생이지. 못 타는 사람은 자기 자전거만 책임지면 되지만 잘 타는 사람은 못 타는 사람들까지 챙겨야 되거든. 단체 여행은 그런 거야. 가장 느린 사람 속도가 그 단체의 속도가 되는 거다."
"해 봐야 알지. 말로는 잘 몰라."
p.108 돌아가고 싶을 만큼 그리운 건 하나도 없다.
p.109 "네가 오고 싶어서 왔으니까 네가 가고 싶을 때 가."
p.125 가고 싶은 곳에 가는 동안은, 가려고 하는 곳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할 일이 있다. 꼼짝하지 않고 고민만 하는 건 고통이다.
자전거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세요. 한번 내리면 다시 오르기 힘듭니다.
p.132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상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아래를 보면 지금까지 올라온 길이 보인다. 위를 보면 올라가야 하는 길이 보인다. (중략) 올라갈수록 올라가야 하는 길이 짧아졌다.
p.177 네 나이일 때 생각이 났거든.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 도중에 네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듣고는 난 그저 너를 힘들게 한 것들을 잊고 땀 흘리게 해 주고 싶었어. 땀은 고민을 없애 주고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하지. 난 그 기회를 영규한테도 주고 싶어. 내가 남한테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자전거 여행은 신기한 약이었다.
p.181 가족은 밤을 함께 보내는 사이다.
p.187 가지산은 가지산이고 미시령은 미시령이었다. 산 하나를 넘었다고 해서 다른 산이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p.191 올라갈수록 힘이 들었다. 돌아보면 올라온 길이 발밑으로 굽이굽이 길었다. 힘들수록 남은 길은 짧아졌다.
달리다 보면 오리막길은 끝나고야 만다. 나머지 절반은 내리막길이다. 바람처럼 달려가는 길, 너무 빠르지 않게 오히려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만 있는 길은 없다. 내리막만 있는 길도 없다. 모든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 반반이었다. 올라갈수록 하늘이 넓어졌다.
p.213 "하루에 100킬로미터씩만 가면 돼. 힘들면 50킬로미터만 가도 되고. 더 힘들면 10킬로미터만 가는 거야. 멈추지만 않으면 돼."
p.232 이야기하고 싶을 때,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그럴 때 나는 자전거를 권해. 이건 비밀인데,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마음 속 우물에서 두레박 가득 우물물이 올라와. 돌릴수록 자꾸 올라와. 다들 자기 마음속에 그런 우물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메마른 줄 알았는데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이렇게 펑펑 쏟아진다는 것에 놀라지.
그래서 나는 자전거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