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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랑이야 ㅣ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피터르 하우데사보스 지음, 최진영 옮김 / 요요 / 2022년 4월
평점 :
표지를 보자마자 서평에 쓸 아이템이 떠올랐어요.
이것만 있으면 엄청 재밌는 글이 뚝딱 나올 것 같은데???
추가 당첨이라 완전 쫄깃쫄깃했던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서였나 아이템 하나 건진 게 끝.
계속 머릿 속이 뿌옇더라구요.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건 드라마였어요. 제가 심하게 중독된 분야, 드라마!
스크롤 살짝만 내려보세요.
두둥!
놀라셨쎄요?
정열적인 빨간색에? 헐벗은 노출에? ㅎㅎㅎㅎ 조인성&공효진의 조합에 놀라셨을까요?
(노트북 화면 가득했던 사진에 놀라서 책의 앞뒤표지를 묶어 올려요. 아이들이 볼까봐. 헉!)
왜 이 드라마가 떠올랐는지 한마디로 설명하기엔 고개를 갸웃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계속 제 머릿 속을 맴돌던 어떤 또렷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책을 받아보고는 왜 그랬지 싶더라구요.
제목에서 오는 기시감이었는지, 누워있는 표지가 비슷하다는 생각 탓이었는지..
연관지을게 별로 없는데 비슷하다고 잘못 생각해서인지 말문이 턱 막혔어요.
읽어도 계속 드라마만 떠올라서 난 뭘 보고 있나 싶기도 했고요.
드라마에 갇혀 제대로 그림책을 바라보기가 힘들었어요.
몇년전 나왔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래됐네요? 2014년 작품이라니요. 전혀 촌스럽지 않은데!!!) 작품을 보고 뒷통수를 따악! 맞은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정신분열증이라고 알고 있던 병명을 조현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놀라웠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미친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서 '이런 조합의 드라마가 나온다고?' 싶다가 '그렇지, 정상적인 캐릭터가 가능한 세상이 아니지.' 캐릭터에 빠져들어 그들의 심리에 압도당하는 묘한 감정을 맛보았고요. 그게 이야기의 힘이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아... 드라마와 이 책을 비슷한 이미지로 여겼구나.
평범한 사람을 그린 게 아니라서, 평범하게 그렸지만 평범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닮았구나.
스무 해보다 불과 몇년을 플러스하면 제 나이가 나오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짧은 생을 살면서 경험한 것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이 훨씬 많고,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 태산보다 높겠죠?
그런데도 편견과 선입견에 갇힌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매번 매 순간 느껴요. 그림책에서, 타인과의 대화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에서.. 이번엔 이 그림책에서 느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제게 편견과 선입견에 갇힌 나를 되돌아보는 책 카테고리에 담고 싶어요.
사랑은 뛰어드는 것입니다.
이렇게나 다른 존재가 그렇게나 좋을 수 있음을 온몸으로 아는 것입니다.
오은(시인)
뭔가를 기억하고 마음에 담는 게 어려운 저는 제목도 제 맘대로 만들어요.
<이게 사랑이야>
왜 검색이 안되지?
<그게 사랑이야>
이게 제목이군.
아니, 왜?
'이게'가 맞는 표현 아닌가?
제목이 <이게 사랑이야>가 아니고 <그게 사랑이야>인 이유도 이은 작가는 말해요.
'이게 사랑일까?'라는 질문이 '그게 사랑이야!'라는 확신으로 가닿는 데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자, 이제 첫 페이지로 돌아가 펭귄과 곰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뛰어들었다가 마침내 뛰어넘는 것이니까요.
오은(시인)
펭귄 vs 곰, 곰 & 펭귄
곰과 펭귄이 함께 있는게 전혀 이상할 게 없었어요. 와우! 그림을 보고 이상함을 감지했어요.
곰이 쓴 모자는 여름에 쓰는 썬캡, 펭귄은 털모자. 엥?
곰은 동면을 취하는데? 펭귄은 추운데 사는데 그런 둘이 만나?
대박, 대박! 어쩜 이렇게 둘의 다름을 그림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건가요?
글이 설명하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 그림에서 알아채지 못한 것을 말해주는 글.
(이게 그림책의 절대묘미라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토마스에게 바친다는 작가님의 헌사에서, 프로필에서, 여전히 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챕니다.
동성 배우자가 토마스라는데 세 자매와 함께 자랐다구요? 세 자매와 자란 아들인가요?
선입견이 아니라, 문해력이 바닥이네요. 허.
모든 장면을 허투루 볼 수 없어요. 그냥 지나쳤던 장면도 계속 씹고 뜯고 맛봐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더라구요.
첫 장면에서 보여지는 건, 여행가방, 조명, 액자, 우산, 바깥. 이 정도입니다.
나가는지, 들어오는지 알 수 없어서 얼른 다음 장으로 넘겨버렸는데, 다시 보니 궁금증이 몇가지나 생기죠.
'액자의 두 사람은 현재 무슨 관계일까?'
'여행에서 돌아온 걸까? 여행을 떠나는 걸까?'
'여행지는 어디일까?'
장면 하나에도 자꾸만 궁금해지는 책이 좋더라구요.
자꾸 이것저것 궁금해져서 자꾸만 알아보고 싶어지는 책, <그게 사랑이야>입니다.
펭귄의 고백기, 너무 사랑스럽고 용기 있는 펭귄과 고백을 받은 곰의 모습이 함께 보여서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모드로 두근두근거렸어요. 고백하고, 고백받았던 스무살 즈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을 새삼 깨달으면서요.
발바닥이 간질거리진 않았지만, 가슴 아래 어딘가가 간질간질 몽글몽글해졌어요.
예쁜 감성을 느끼게 된 바로 이 책 <그게 사랑이야>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요요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나의 간질거렸던 시절까지 소환해준 모두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