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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
고경원 지음, 최경선 그림 / 야옹서가 / 2021년 10월
평점 :
#밤을달리는고양이 #고경원 글 #최경선 그림 #야옹서가 #제이포럼서평이벤트 #도서제공
저 자랄 때 풍경을 더듬어보자면 집마다 강아지가 있는 동네였어요.
우리집에도 강아지가 있었고 그 강아지가 커서 새끼낳는 것도 보고 그 새끼를 다른 집에 보내주기도 하고 뭐 그랬던 시절이라 강아지는 엄청 익숙하죠.
그시절 엄마의 고생이 구할구푼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크고야 알았죠.
결혼을 하고 출산, 육아를 거치며 우리집에 더이상의 동물은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볼 때 들었던 그 답답함과 허망함.
통하였느냐. 라는 영화대사가 시대를 풍미했던 건 괜한게 아니었어요.
'통하는 게 이리 중요하구나. 더이상 소통불가한 존재는 우리집에 들이지 않겠다!' 뿌리 깊은 다짐이 있었죠.)
그랬는데.. 그러했건만 본의 아니게 집사가 되어 고양이를 돌보고 있어요.
어린 시절 개가 싫다던 우리 엄마처럼, 싫은데 돌보는 건 우리집에서 저뿐이라는.. ㅜㅜ
고양이가 싫은 건 아니에요.
제 말을 가장 잘 듣고, 부르면 저한테 가장 먼저 달려오고 밤마다 저한테 와서 개냥이처럼 안기기도 하는 녀석이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돌봄과 책임은 별개의 문제, 아직 우리집엔 키우고 돌봐야할 사람도 많거든요.
서론이 길었네요. 고양이에 대한 저의 입장이 이러하니까 실제로 돌봐야하는 고양이보다 책으로 보는 고양이가 더 귀여워요.
돌보지 않아도 되고 눈으로만 예쁘다 해도 되니.. 우리집 두 녀석은 고양이를 키우니까 고양이책을 좋아하고. 동상이몽~
다른 책들과 다르게 고양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이 울컥하게 되더라구요.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어떤가요?
고양이는 야행성이니까 밤에 활동한다는건가? 어디를 그렇게 달리는걸까?
뭐 그런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며 얼른 책장을 넘겨보는데..
앞뒷면지에 채색하지 않은 상태의 이런 스케치 넘나 멋지네요. 작가님의 작업 과정을 보는 듯한 설렘이 느껴져요.
그래놓고 한장면 한장면을 보다가 자동차 장면에서 깜짝 놀라고 말아요.
허걱! 스케치일 뿐이지만 운전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라서 핸들을 꽉 부여잡거나 브레이크를 잡을뻔했던 순간들이 제 머릿 속 어딘가에 남아있던거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건가 하며 조금 겁을 내며 다음 장을 넘기는데 슬며시 웃음이 피어나요.
박물관에 전시유리같죠? 목각인형인 듯 한데 밤이 되면 깨어나요.
그들을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서 부름에 응답한대요.
저승사자네. 저 커다란 고양이랑 여자가.. 그치?
저승사자로 보여?
맞잖아. 별이 되는 건 하늘나라에 가는 거고, 그건 죽는 거잖아.
창문 밖에서 저렇게 바라보는건 언제 준비가 끝나는 거냐 하는 거잖아. 저승사자가 확실해!
아.. 이런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을 보면서 저승사자 떠올릴 거냐고 버럭하고 싶은데 해석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목각인형과 커다란 고양이는 별이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주지만 그들이 떠나는 순간을 지키는 것 또한 사자니까.. 결국 같은 순간이겠구나!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보물을 골라내는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아요.
우리집에도 굴러다니는 병뚜껑, 고무줄, 장난감 ㅠㅠ
바닥에 굴러다는거 보기 싫어 없애고 싶어하지만 때마다 놀잇감을 사들이고, 놀아주는 가족들은 그저 귀엽게 보일 고양이용품이겠죠.
가장 아끼는 보물이라니.. 그것들을 나는 없애겠다고 했으니.. 보물을 골라내 어떻게 하는지 보면 정말 울음이 터질 수 밖에 없어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작가님은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느껴졌어요.
고양이의 세심한 발이나 하얗게 빛나는 수염, 비스듬한 고양이 자세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는 분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려내지 못할 장면이잖아요.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해 온 19년차 고양이 작가,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 대표님.
날라리 집사인 전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고양이는 요망한 것이라서 집에 들이는 게 아니라고.
사회 전반에 문제가 산재해있지만 고양이 문제도 엄청난데 그저 눈을 감는 것으로 외면했던 것은 아닌가 싶고요.
고양이집사로서 좀 더 신경써서 바라봐야할 문제구나 여겨지는 순간이에요.
출판사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야옹서가 궁금해지네요.
'고양이 책이 있는 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몰라 '서가'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서가 3 書架 [서가] 명사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 두거나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
유의어 서각1 책시렁 책꽂이
표준국어대사전
서가 2 序歌 [서ː가]
1.명사 서사(序詞)를 붙인 노래.
2.명사 서(序)를 대신하는 노래.
표준국어대사전
서가 1 西家
1.명사 서쪽에 있는 집.
2.명사 체육 마작에서, 자리를 정할 때 ‘西’ 패를 잡아 남가 다음 자리에서 그다음 차례로 놀이하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
서가 4 書家
명사 글씨를 잘 쓰는 사람.
어떤 의미로 지으셨는지 궁금해지면서 인스타와 뉴스를 통해 보는 야옹서가가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아이의 방학 중 어느 날엔가 우리집 고양이를 데리고 갈 순 없겠지만 야옹서가에 들러보고 싶어지네요.
고양이책과 함께 하는 '태양'이를 기록하는 것으로 오늘의 서평을 마무리해요.
잠깐만 기다려줄래? 소풍날 보물찾기가 빠지면 서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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