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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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에서 신흥종교를 고발하는 장면을 많이 만납니다. JMS, 만민중앙교회 등이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종교집단의 비리는 비리대로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 종교신자들의 개인적인 진실의 문제는 어떠할까요? 교주가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도 그 교주에게 모든 것을 바친 교인이 마음으로 바란 종교의 상이라는 것은 소중한 것일 겁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한때 '최후의 소설'이었던 타오르는 푸른나무 중의 제2부가 이 소설입니다. 1부의 말미에서 시작한 교회는 교주의 신비한 치유력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을 모으게 됩니다. 산골짜기에서 어떤 공동체가 형성되고, 언론과 사회의 공격을 받으면서 무장력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교주는 여러가지 구설수에 오르게 되지요. '흔들림'이라는 제목대로 이 사람의 집단이며 종교적 공동체라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선을 타기시작해 '흔들림'을 겪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3부로 연결됩니다만.

우리나라의 문제된 신흥종교들이 이 소설의 전개선을 따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TV다큐멘터리의 선정적 화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저쪽'의 이야기를 이 소설을 통하여 들어봅시다. 그것은 그대로 의미있는 하나의 세계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기독교인 검사들에 의하여 '증산도'나 '대순진리회'등의 토착신흥종교가 탄압받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들 종교의 행태적인 면에 문제가 있습니다만, 무조건 단절적으로 보지 말고 그들의 개인적인 체험을 한 번 들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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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때로 은빛 꽃이 핀다
정진홍 지음 / 강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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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명강의로 유명한 사람이다. 아니 유명하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교실에는 학생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니까. 또 한두해 뒤면 학교를 떠날 분이니까. 그는 수업시간에 독백한다. 옛날 학자들과 자기 자신의 경험에 대해 중얼거린다.

이 책은 그의 알려진 유일한 시집이다. 책 뒷편에는 몇편의 시적인 산문도 실려있다. 모두 세상의 사물이 자기 안의 기억과 반응하는 과정을 담은 것들이다. 긴장은 현상학적으로 해결된다. 캐어올린 뿌리에서 흙이 스르르 떨어지듯.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경험에 정직한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런 회고작업이 적어도 나를 공명하게 했음은 사실이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 세상이 내 안에서 출렁인다/ 새 한마리
창문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정진홍, '가을 감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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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찾아서 - 고은 문화기행집
고은 지음 / 책세상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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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수업에서, 어떤 선생은 주말마다 전국 각지의 절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그 선생에게 연모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선물하였고 그로부터 우리는 이야기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은은 다작의 작가라서, 이 책은 그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뭍힐만한 가벼운 책이다. 하지만 실제 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안내판에서 만날 수 없는 내력이야기들도 흥미있고, 자세한 지도도 도움이 된다.

어느 소설에서 아버지가 일가족에게 모두 절을 하고는,'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본인은 이제 절로 떠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여기 바깥을 만나고 싶어한다. 주말의 절찾기는 그런 풍습의 하나다. 조선시대 수백년에 걸쳐 산재하게 된 절들에는 수많은 인연들이 있을 것이다. 고은씨가 풀어놓는 인연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 절들에서 우리는 또 많은 인연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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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딛고 사랑을 되찾은 나의 가족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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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아들은 중증 뇌장애자로 태어났다. 유산시켜야하느냐 마느냐로 실존주의자인 오에는 많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의 짐이되어 자신을 속박할 자식이기에. 아이를 출생시키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사르트르가 허무주의적인 실존주에에서 윤리를 구조화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오에 겐자부로 자신은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의 종려나무'의 마지막 구절을 따서, '슬픔과 무 사이에서 나는 슬픔을 택한다.'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렇게 성립한 가족이, 30년이 흐른 즈음 어떻게 치유되고 있는지를 담은 수필집이다. 원래 일본의 의학잡지에서 연재되었던 것이다. 청명한 풍경화/정물화/인물그림 들은 오에의 부인인 유카리가 그렸다.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게, 새 소리로 첫 말문을 열게하는 과정이 눈이 시리다. 새 소리에 반응했기 때문일까, 아이는 작곡가로 성장하여 모짜르트 풍의 소박하고 맑은 곡들을 쓰게 된다.

필자가 일본여행에서 감동받았던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훌륭한 시설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특히 잘사는 집 아이들중에 장애인을 찾아볼 수 있는가? 장애인들은 유산되거나 광 속에 갇혀있다. 휴머니즘은 번지르한 말로만 구조화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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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친척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9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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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는 구세주를 바란다. 산골의 감수성을 가진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핵과 공해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등으로 파멸의 선을 타고 있다. 거기서 구세주를 바란다. 하지만 신 없이!

오에는 일본여대에서 한 강연에서 이를 '신앙이 없는 자의 기도'라고 표현하였다. 그는 신을 받아들일수 없다. 천왕숭배는 파시즘이었고, 기독교의 신은 실존주의자인 그에게 감성적으로 멀다. 그의 기반은 완전히 해체된 무신론이다. 하지만 신을 바란다.

사르트르가 실존주의에서 '연대'라는 윤리를 구성해나갔듯이 오에도 이렇게 '아무것도 없음'에서 신을 구성하는 것이다.

자, 이 소설에서는 수많은 고통을 경험한 한 일본인 여성이 남미의 오지에가서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인카르네이션은 단 한번의 사건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우리가 수없이 경험하고 있는 한 사건이다.

그런데 박유하씨의 번역은 너무 난삽한 느낌을 준다. 물론 오에의 소설이 번역이 어렵지만, 고려원 등의 다른 번역서와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 새로 번역되어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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