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뭇잎 글 박은경 그림 서선정
겨울이 정말 성큼 다가왔네요 가을이 가는게 정말 아쉬웠어요 가을의 끝자락을 다시 회상해 볼만한 그림책을 만났어요
책표지를 보면 정말 가을의 알록달록한 나뭇잎을 연상시키듯 색이 다채로워요
노랑 빨강 주황 초록 아직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것들이 한가득이네요
오목하고 커다란 나뭇잎 속에 알록달록 여러 가지 꽃과 풀들이 담겨져있어요 꼭 화분 같이 보여요 나뭇잎 속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기나봐요 그림을 보면서 아이와 유추해봅니다.
어느 가을날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불자 툭 하고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여태껏 본적이 없는 커다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이었어요
커다란 나뭇잎은 낮에는 따스한 햇빛 밤에는 바람을 쐬며 바싹바싹 말라 오그라들었어요
어쩌다 보니 누군가 들어갈만한 오목하고 작은 공간이 생겼어요 빨간 지붕의 집처럼 보이기도 해요
커다란 나뭇잎은 근사한 집으로 변했어요 어디선가 날아온 풍뎅이는 이 커다란 나뭇잎이 궁금했나봐요 잠시 커다란 나뭇잎을 살피더니 이내 나뭇잎 속으로 들어가 마치 자긴 집인양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한참 잠에 푹 빠져 있을 때 날은 어두워지고 비가 후드득 후드륵 내려요
비를 맞아 날개가 흠뻑 젖은 네발나비가 커다란 나뭇잎 집 문을 두드립니다.
네발나비의 모습이 안쓰러운 풍뎅이는 나뭇잎 안으로 안내합니다.
둘은 네발나비가 가져온 꽃차를 나눠 마시며 추위를 녹여냅니다.
시간이 흘러 첫 서리가 내렸어요 또 누군가가 찾아왔어요 이번엔 커다란 거미였어요
풍뎅이와 네발나비는 거미줄에 걸렸던 아찔한 경험이 떠올라 순간 멈칫합니다.
과연 풍뎅이와 네발나비 거미는 한곳에서 같이 지낼 수 있을까요?
다음엔 들쥐 그리고 무당벌레가 차례로 나뭇잎으로 찾아듭니다.
겨울은 춥고 길었지만 커다랗고 빨간 나뭇잎속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따스함이 피어올랐어요
마침내 길고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어요
이제 추위도 물러갔으니 각자의 길을 떠날 시간이 다가온 것 같아요
당장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커다란 나뭇잎은 더 이상 집이 될 수는 없었어요
커다란 나뭇잎은 바가지 같아보이기도 하고 나룻배 같기도 했어요 뭔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같아 보이기도 했어요
숲에 비가 내리고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납니다. 하지만 늦은봄이 되자 물이 마르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커다란 나뭇잎속에는 찰방찰방 물이 그대로 였어요
목이 마른 풍뎅이가 나뭇잎으로 찾아들어요 이어 네발나비 무당벌레 숲들쥐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드네요 모두들 실컷 물을 마십니다.
커다란 나뭇잎은 한때는 따뜻한 집이었다가 커다란 바가지가 되었어요
지금도 숲속 어딘가에서 목이 마른 동물친구들에게 물을 나누어 주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요
커다란 나뭇잎을 자연이라 생각하면 한없이 내어주는 엄마의 품 같고 동물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포근한 그림체와 따뜻한 이야기로 곧 다가올 연말에 아이들과 나누어 주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