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 전작 <이현의 연애>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라 캄파넬라>를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 짤막한 에피소드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라 캄파넬라>를 이어 받은 <사랑이 달리다> -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든다 - 는 마흔이 다 되어 가지만 세상 물정 하나 모르고 제멋대로 사는 강남 졸부집 막내딸의 신세한탄 인생역정기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 가족들까지 어찌나 한심한 족속들인지 책을 읽는 내내 짜증이 났다. 심윤경은 무슨 의도로 이런 소설을 쓴 건지. 너무나 어설픈 작품이라 심윤경의 이전 네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경외감이 씻긴 듯 사라져버렸다.
심윤경은 자신의 인생이 지극히 평범했고, 독서 이력도 별 볼일 없어 소설가로서의 체험적 자산이 빈한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가 어찌 그리 매번 완연히 다른, 매력넘치는 소설을 쓸 수 있는지. 그 또래 작가들과 달리 자아 찾기에 매몰되지 않고 힘있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