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꼬마 니콜라 (합본) 앙코르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이세진 옮김, 장 자크 상페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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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첫 번째 독서는 여섯 살 때 아버지의 <꼬마 니콜라>를 읽은 것이었다. 국민학생 시절까지 내내 그 책을 읽고 또 읽었기 때문에 기억이 중첩되고 왜곡되었을 수 있겠지만, 내 기억에 여직 남아 있는 건 그 누런 표지의 얇은 책이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퍽이나 우습고 재미났다는 사실이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겪는 일상의 소소한 모험담과 나름 심각한 다툼, 그 나이 또래가 간직한 세상을 바라보는 순진한 시선들이 얽혀 유쾌하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어린아이일 때 읽은 꼬마니콜라와 부모가 되어 다시 본 꼬마니콜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린 시절엔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에피소드의 행간에 숨은 어른들의 고충이 보인다. 어릴 적 둘리의 고길동은 둘리 일행에게 사사건건 간섭을 일삼는 심술궂은 아저씨일 뿐이었지만, 나이 들어서 보니 그는 사실 둘리 일당들의 만행에 시달리는 생불이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아이러니한 건, 이 책 속에서 어른들은 매번 아이들을 훈육하려 하지만 정작 그 어른들이 전혀 어른답지 않다는 거다. 특히 니콜라의 아빠와 이웃집 블레뒤르 아저씨가 그런데, 마주칠 때마다 알량한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게 니콜라 친구들과 그 수준이 별반 다를 바 없다. 학교주임 부이용 선생도 조프루아의 롤러스케이트를 압수해서 몰래 타다 다리를 다치는 대목을 보면 어른이 참 우스워 보인다. 사실 이렇게 희화화된 어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희한한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내 착각일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을 보니 우리 아들 산하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산하가 가끔 장난을 심하게 치면 나무랄 때가 있다. 이 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화를 내거나 울어대서 애가 별난가 싶었는데, 이 책에서 니콜라 패거리는 한 술 더 뜬다. 선생님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걸핏하면 친구끼리 치고박고, 엉엉 울고 떼굴떼굴 구르며 꽥꽥 소리를 지르는 게 매 에피소드마다 몇 번씩 등장한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사냥꾼 공놀이라는 걸 하는 장면을 보면, 공을 맞은 아이는 막 울고 사냥꾼과 아이들은 한바탕 싸운다. 전부 돌아가면서 사냥꾼이 되고 모두 소리지르고 난장판을 만드는데, 어른들에게는 상상만 해도 골치 아픈 무질서한 광경이지만 니콜라는 이런 걸 ‘진짜 끝내주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심리가 그런 것 같다. 부모들에게 시끄럽고 어지러운 난장판은 수습해야 할 뒤치다꺼리이지만, 아이들에겐 신나는 놀이이자 일탈의 해방 공간이니까. 우리 아들 너무 야단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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