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 전기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글램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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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의 탁월한 전작 <E=mc2>에서도 잘 보여주었던 것처럼,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풀어 쓰는데 능통한 사람이다. 독자는 흥미진진한 역사책을 읽듯이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일렉트릭 유니버스>에서도 조지프 헨리, 에디슨, 마이클 패러데이, 하인리히 헤르츠, 앨런 튜링, 맥스웰 같은 대가들의 발자취를 훑다 보면 이들의 전기에 대한 발견이 우리 문명과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근본부터 뒤집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를테면, 전보의 발명으로 정보의 실시간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전국 단위의 기업이 탄생했고 국지적이었던 시간의 개념이 세계 공통의 것으로 바뀌었다. 인간이 단일한 기준에 의해 통제되는 시대, 바야흐로 세계화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전기가 발생하고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역장과 양자역학의 원리로 설명한다. 오래된 이론들이지만, 익숙한 우리의 상식과 다른 게 많아 생소하고 어려운 편이다. 머리를 빗을 때 정전기로 인해 방출된 전자들의 파동이 순식간에 지구를 벗어날 정도로 빠르게 전달된다든지 하는 내용 같은 것들. 그래도 명색이 과학 서적이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과학자들에 대한 트리비아가 많이 실려 있어 소소하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좋고(썰 풀기 좋은 책이란 얘기다), 수십억 년 동안 땅 속 깊숙이 광물 속에 잠들어 있던 전자를 해방시킨 인간 존재의 놀라움을 곱씹어 보기에도 알맞은, 그야말로 온갖 매혹으로 가득 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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