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전쟁사 1941~1945
데이비드 M. 글랜츠,조너선 M. 하우스 지음, 윤시원.남창우.권도승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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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읽었던 독소전에 대한 저작들,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이나 안토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독소전이 발발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전쟁의 진행양상, 전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에 비해 이 <독소전쟁사>는 순수히 군사적 관점에서 소련군과 독일군이 전쟁 내내 펼친 작전의 전개에 대해서 다룬다. 공동 저자 두 명도 미 육군 장교 출신의 학자이고, 번역서의 추천사도 죄다 육군, 해군, 해병대 장성들이 썼으니 아주 충실한 전쟁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만큼 밀덕이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 작전은 양측의 병력이 몇 명, 야포가 몇 문, 전차가 몇 대인데 XX군단이 어떻게 종심돌파를 시도해서 몇 킬로미터를 진격했고, OO분견대가 이에 어떻게 대응했고...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주도 이 전투에서 소련군은 전사 몇 명, 부상 몇 명, 전차 손실 몇 대였는지를 알려주는게 대부분이다. 이렇게 숫자와 지도로만 독소전을 바라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전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작전 한 번에 십만명 단위로 죽어나가는, 말도 안 되는 숫자에도 무뎌진다.
이 책에서 특기할 점은 역자들이다. 역자가 본문의 틀린 내용을 수정하는 역주가 수도 없이 나온다. 그 내용도 지극히 전문적인데, 놀랍게도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다. 세 명의 역자들 직업은 각각 정형외과 의사, 물리학 교수, 사학과 대학원생이다. 이들은 한 밀리터리 전문 사이트에서 만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다. 책 말미에 이들의 대담을 실을 정도이니 이 책은 저자들만큼이나 역자들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앞서 말한 두 저작보다 흥미는 떨어지지만, 소련측 자료의 충실한 반영과 뛰어난 번역으로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읽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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