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뇌 -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독서라는 행위를 수행하는 원리와 아이에게 어떻게 독서를 익히게 해야 하는지, 디지털 시대에 독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정도일 것이다. 첫 번째에 대해서는 책 분량의 대다수를 할애하며 꼼꼼히 설명하고 있으나, 나머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전공자가 번역하였으나 문장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난해해서 `번역 참 구리게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니 원래 책이 어려운 거였다. `문식성`, `화용론` 같은 학술 용어들이 난무하고, 설명을 위한 삽화의 대부분이 뇌 그림이어서 내용 이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중을 위한 과학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어려워서 평범한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긴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건진 게 있다면, 독서라는 행위로 인해 우리 뇌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면서 사고가 확장되고 분석, 기획, 통찰하는 능력이 키워진다는 것과, 아이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독서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평생 제대로 독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아기에 저녁 밥상에서 부모와 나누는 대화가 아이의 언어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보면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유아기 문해 능력의 발달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대학의 캐서린 스노우(Catherine Snow)와 동료 학자들은 독서 교재 외에 후일 독서 능력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그리 유별날 것도 없는 저녁식사 때 나누는 `밥상머리 대화`의 양을 꼽는다. 그저 아이에게 말을 걸고, 책을 읽어 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유아기 언어 발달에 중요한 전부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불우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이렇게 기본적인 요소에 할애되는 시간이 너무 적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뇌의 설계는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독서의 설계는 뇌를 다양하게, 결정적으로 그리고 계속 진화해 나가도록 변화시켰다. 이러한 상호 역학은 인류 역사상 문자의 탄생과 아이의 독서 학습을 통해 빛을 발한다. 인간은 독서를 배움으로써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의 한계에서 해방되었다. 인류의 조상이 어느 날 갑자기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결과, 지식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되었다. 문식성을 통해 바퀴를 매번 다시 발명할 필요가 없어지자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한 발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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