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을 잘 아는 동종업계의 죽마고우가 있다면 참 행복하지 않을까. 소설가 김연수가 고향친구이자 마찬가지로 소설가인 김중혁과 매주 번갈아가며 씨네21에 연재한 영화컬럼을 엮은 책이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의 오랜 친구라 그런지 컬럼 분량을 둘의 농담따먹기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뭐 불성실하거나 한 건 아니고(불성실하면 1년이나 연재를 못 했겠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오랜 친구 사이라 가능한, 지극히 유쾌하고 은근한 농담과 디스를 보고 있자면 말이다. 누구나 죽마고우는 있지만, 나와 같은 직업을 갖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관심거리를 갖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