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남경태 옮김 / 예지(Wisdom)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제목 그대로 기후를 역사 변동의 주요 팩터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인류 문명은 빙하기 같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으며, 문명이 발전하면서 기후 변화를 극복하는 것 처럼 보였으나, 어느 한계점 이상으로 문명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하면 오히려 기후 변화로 인한 대재앙에 취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몇 백명 단위로 적을 때야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후 재앙이 일어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 되지만, 몇 만명 단위가 되면 멀쩡한 땅을 찾아 떠날 수도 없고(멀쩡한 땅은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이주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원주민들과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전 지구적으로 소빙하기가 오면서 수렵채집생활 만으로는 인구 부양이 불가능해지자 농경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든가, 고대 이집트에서 가뭄으로 더 이상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게 되자 관개 시설이 발달하게 된 것이라든가 하는 사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처가 문명을 발전시켜 왔음을 증명합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프랑스에 기근이 발생하고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불러 온 원인이라는 분석은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로마 제국과 마야 제국은 지나치게 문명의 규모를 키우면서 농업이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바람에 몇 년 간 가뭄이 지속되자 결국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기존의 역사관과는 매우 다른 해석이죠. 저자는 이런 모든 주장에 기후학과 지질학적 분석을 깔고 갑니다.

그런 까닭에 책이 좀 지루합니다. 호수 바닥에 침전된 토양과 꽃가루로 기후를 분석하고, 그 시대의 식생을 끊임없이 탐색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합니다. 현대 문명의 힘으로도 기후 대재앙은 막을 수 없고, 아니 오히려 더 취약하고 지금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분명 환경오염에 대한 인류의 책임도 있지만 몇 만년 간 지속되는 지구의 거대한 기후 변동 주기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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