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제국 - 서양인의 마음속에 비친 중국 이산의 책 13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이산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서문을 읽고 처음 든 느낌은 ˝낚였다!˝ 였습니다. 제목이 <칸의 제국> 이니 당연히 몽골의 역사에 대한 책이려니 했는데 아니더라구요. 부제 `서양인의 마음 속에 비친 중국`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쭉 보여주는 책입니다. 전 마음에 드는 저자가 있으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싸그리 사다가 천천히 읽는 버릇이 있습니다. 조너선 D. 스펜스는 예일대 석좌교수로 중국역사의 대가입니다. 그의 <신의 아들 : 홍수전과 태평천국>이라는 책을 보고 마음에 들어 그 양반 책을 대부분 샀는데, 이 <칸의 제국>은 그 때 딸려들어온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정형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부터 시작하여, 여러 탐험가들, 제독들, 예수회 선교사들, 몽테스키외, 마크 트웨인, 마르크스,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말로, 유진 오닐, 브레히트, 제인 오스틴, 펄 벅, 에드가 스노, 닉슨, 헨리 키신저, 카프카, 보르헤스 등 총 48명의 글을 통해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13세기부터 아편전쟁 전까지는 우아와 섬세, 동양적 관능, 야만적 폭력, 애수의 왕국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늙은 호랑이 임이 밝혀진 이후엔 아편, 게으름, 무지함 등이 주된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모택동의 대장정이 성공할 즈음부터는 혁명, 거인, 힘 등의 이미지로 치환됩니다.

이처럼 서양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정확하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서양인들의 마음의 렌즈로 굴절되어 집합된 심상(心像)의 총합이니까요.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서양인들에게 아시아의 대명사는 중국이지만, 여전히 그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서양의 중국에 대한 이해는 멀어 보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문명들도 그들이 생각하는 중국만큼이나 왜곡된 이미지를 우리가 갖고 있는게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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