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백이호 옮김, 이인식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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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평가를 박하게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형편없는 번역이다. 과학기술 서적은 매끄러운 가독성보다 적확한 의미 전달이 중요한지라 직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직역은 둘째치고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단락이 지나치게 많다. 번역된 문장을 다시 머릿속에서 해석해야 하는 작업이 얼마나 피곤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길 권한다.

헨리 페트로스키가 이 책에서 하려는 말은 다음의 단 한 문장이다. ‘도구의 형태는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앞선 도구들의 실패와 그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에서 기인한다.‘ 이는 생물이 신에 의해 창조되고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누적된 진화의 결과라는 생물학적 진화론과 유사하다. 기능만으로 도구의 형태가 결정된다면 그 도구는 단 몇 번의 디자인으로 완성되고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을 터다. 그 도구의 쓰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도구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고 있으니까. 인류 역사는 도구의 발전과 함께 해왔으니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문장이지만, 그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혼란스럽다. 예시를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나타내지도 않는다. 형편없는 번역 때문에 안 그래도 문장의 뜻을 파악하기 힘든데, 그걸 차치하더라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디자인과 기능의 연관관계를 다루는 책인데도 예시가 되는 사진이나 그림이 상당히 빈약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의 원제는 <The Evolution of Useful Things>이다. 번역서의 제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건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의 고충 때문이리라 이해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토록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과는 다르게 학술적이다 못해 따분하다. 제목만 보고 우리가 흔하게 쓰는 도구의 유래와 변천사에 대한 책일 것이라 짐작한 독자들은 큰 배신감을 느낄 터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되, 일반 독자가 이 책에서 얼마나 효용을 얻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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