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초년 시절, 지금은 없어진 종각 코아아트홀에서 <마이크로코스모스>라는 영화를 보았더랬다. 아트필름과 인디 영화의 전성기였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시네마 키즈를 자처하던 시대의 유산이었던 극장. 러닝타임 내내 곤충들의 세계를 초접사와 슬로모션으로 어루만지는 다큐는 그리 놀랍지도 신선하지도 않았지만, 화면의 질감과 색채만큼은 황홀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초기작인 <시크릿 하우스>는 이 영화처럼 미시 세계를 다루는 책이다. 아니, 곤충보다도 훨씬 작은 세균과 먼지의 나노 단위 세계이니 우리에겐 더더욱 낯설다. 가상의 부부가 집에서 겪는 하루의 일상을 현미경을 바짝 대고 들여다 본다. 저자는 그 와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들 - 진드기, 살모넬라균, 광자, 음파, 모래 등등 - 의 존재와 행동의 원리를 우아하고 재치있게 설명한다. 다양한 물건들 - 청바지, 매니큐어, 감자칩, 전자레인지, 데오도란트 - 도 마찬가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미소한 존재들의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또한 개인의 집을 무대로 하는 책이라 일견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주로 역사적 관점에서 집과 개인을 바라본다면, <시크릿 하우스>는 순수히 과학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좋은 책이니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수많은 과학저술가들 중 과학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능력은 내가 아는 한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최고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절묘한 밸런스를 맞춰서 독자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는 그의 저작들이야말로 대중 과학서적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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