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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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계의 가장 저명한 스타 과학자이자 전투적 무신론의 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두 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자서전 중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도킨스가 2차 세계 대전 와중의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세상을 바꾼 걸작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하는 시점까지의 그의 생애를 다룬다. 가문을 중시하는 영국인의 특징인지, 자신의 진화생물학적인 계보를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아마 후자이리라), 이 책은 그의 6대조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서두에 턱하니 보여주며 시작한다. 수많은 도킨스와 스미시스 - 스미시스는 그의 할머니 쪽 성씨이다 - 들이 등장하는 이 자서전의 첫 장은 흡사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방불케 한다(등장인물들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의 친가 쪽 집안은 대대로 아프리카 식민지의 관리였다. 그가 케냐에서 태어난 것도 그의 아버지가 케냐에서 군복무를 했기 때문이었다. 도킨스가 젊었을 적 버클리에 있던 시절에 짧게나마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대로 식민지 공무원으로 복무한 가문의 이력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담담히 서술하는 그의 태도는 약간 놀랍다.

이 책에 담긴 그의 생애를 여기에 전부 옮겨 적을 필요는 없겠다. 여덟 살에 영국으로 돌아와 기숙학교를 다니고,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녔던 옥스포드 베일리얼 컬리지에 진학하고, 거기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동료 학생과 교수를 만나고, 니코 틴베르헌이라는 걸출한 학자에게 수학하고, 첫 결혼을 하고, 진화론 모델 구성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료되고, 마침내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하여 학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유명인이 되기까지의 인생에 대한 묘사엔 그만의 위트와 학문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주변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듬뿍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꽤나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물론 읽는 이가 진화론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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