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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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we smart enough to know how smart animals are? 우리는 동물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근대에 들어 인간의 지위가 끝모르게 추락했음에도 인간의 지적 능력만큼은 추호도 의심받지 않았다. 과학, 문학, 수학, 예술 등의 찬란한 산물을 만들어낸 인간의 두뇌 능력은 지구 생태계 탑 티어 중에서도 아득히 높은 위치에 있다고, 다른 동물들이 아무리 진화를 거듭해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라고 인정받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적 능력 그 자체도 기억력, 수리력, 추론력 등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으므로 모든 면에서 인간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의 두뇌가 우월하다고 해서 다른 동물의 두뇌가 일반의 통념 만큼 떨어지는 것일까?

이 책에서 프란스 드 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동물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몇몇 동물들은 특정한 두뇌 능력에서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실증한다. 프란스 드 발은 그의 전작들을 통해 침팬지 무리들이 일상적으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 책은 그 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07년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에서 행해진 실험에서 젊은 수컷 침팬지 아유무는 터치스크린에 1부터 9까지 불과 0.2초 동안 빠르게 떠오르는 숫자의 위치를 기억하고 정확히 누를 수 있었다. 인간은 훈련을 해도 동일한 시간 동안 숫자 다섯 개만 기억할 수 있으나 아유무는 숫자 아홉 개를 기억한 것이다. 심지어 아유무는 이 테스트로 영국 암기력 챔피언까지 이겨 버린다!

그렇다면 인간이 그토록 자부심을 느끼는 문명화된 행동은 어떨까? 정글에서 동물들 손에 갓난아이 때부터 길러진 아이가 구출된 후에도 끝내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짐승과 같은 행동을 버리지 못했다는 기담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런던의 한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의 구경거리로 유인원들의 다과회를 열었다. 유인원들을 훈련시켜 복잡한 영국의 차 문화를 익히게 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유인원들은 너무나 완벽하고 세련되게 차를 마셨다. 이는 영국 차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일반 대중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조련사들은 차를 엎지르고, 음식과 접시를 마구 내던지는 난장판으로 다과회를 마무리하도록 이 유인원들을 다시 훈련시켰고 그제야 대중은 만족했다. 이외에도 야생에서 두 마리 돌고래가 기절한 동료 돌고래를 양쪽에서 떠받쳐 수면 위로 올려 숨쉬게 해준다든가(그 동안 이 두 마리는 물 속에서 숨을 참아야만 한다), 양들은 수십 마리의 동료 양들의 얼굴을 최대 2년까지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다든가, 포경이 허용되던 시절에 인간이 혹등고래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범고래들이 혹등고래를 포경선 근처로 몰아주고 댓가로 맛있는 부위를 얻어 먹었다는 등등의 일화들이 무수히 소개된다. 공감, 얼굴 인식, 협력 등의 지적 능력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증명이다.

그래서 프란스 드 발은 묻는다. Are we smart enough to know how smart animals are? 우리는 동물들에 비해 우월한 두뇌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들도 어떤 면에선 우리에게 전혀 모자라지 않다는 걸 그는 말하고 싶어 한다. 진화의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있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지적 능력 또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두뇌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고, 이는 또 한 번 인간중심주의를 깨뜨리는 큰 획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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