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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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다소 가볍게 번역한 감이 있으나(원제는 ˝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다) 내용은 꽤 읽어볼만 하다. 금융업 위주의 자본주의를 운영하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미국과 제조업을 탄탄하게 발전시켜 온 독일의 노동환경을 비교하며, 노동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독일의 제도들이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독일 경제를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구나 직장평의회 위원으로 뽑혀 노사간 협의에 참여할 수 있어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 기회도 넓어지고, 이사회의 절반을 노동자 대표가 차지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는 CEO 등 임원들의 독단과 전횡을 방지하고 진정한 Bottom-up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하에서는 회사는 항상 실행력과 스피드를 강조하지만 Top-down으로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에 직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그래서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반면 독일식 모델에서는 경영상의 문제를 노사가 합의해야 하므로 의사결정은 오래 걸리지만, 일단 결정되면 모두가 동의하였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굳건한 신뢰가 쌓인다. 이 신뢰는 회사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순기능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촘촘한 상호작용은 엄청난 양의 집단 지식의 축적을 가능케 한다.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업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미국은 2008년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 위기로 타격을 입었지만, 공장 이전 및 폐업을 극히 어렵게 제한한 독일은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기술 인력을 육성하여 이 시기를 순조롭게 헤쳐나갔다. 물론 여기엔 유로화 통합으로 인한 엄청난 반사이익이 있었지만.

이 책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마이클 무어의 영화를 모두 믿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복지국가에 대한 무차별적인 환상은 역효과를 부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노동자의 권익이 바닥이기는 마찬가지이고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짙어지고 있는 지금, 독일의 방식도 검토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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