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떠나는 여행 - 낯선 곳에서 침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정원철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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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보이는 대로 보라고 가르친다."49

혼자서 떠나는 해외 여행은 조금 겁이 난다. 여행 중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모든 일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하고, 언어적 한계로 아무일도 아닌 일이 번거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떠나고 패키지를 이용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저자는 3년간 3번에 걸쳐 혼자 여행을 했다. 2016년 유럽, 2017년 북인도와 네팔, 2018년 남인도와 스리랑카이다. 만만치 않은 인도 지역을 두 번이나 다녀와서 궁금해진다. 책은 이 세 번의 여행에 따라 3부로 되어있다. 각 부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따로 썼는데, 마치 3권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유럽은 런던, 파리,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여행하는데 처음 런던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는 지하철 표를 사는 일상의 낯섦과 서툼에 어린애 같지만 바로 적응을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중년의 나이에 여행을 하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기 위해 '강박'처럼 움직이는 자신이 인생도 그렇게 살아왔음을 되돌아본다. 가끔은 쉬어가는 힘의 안배가 여행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필요하다.

인도와 네팔 편의 프롤로그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저자의 삶은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라니 인도를 두 번 방문한 이유를 알겠다. 인도에서 실체 없는 생각의 두려움, 물질의 실상에 눈먼 채로 살아오다 삶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헛된 욕망을 부수었다고 고백한다.

유럽과 인도를 대하는 것이 사뭇 다르다. 유럽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에 감탄하는 반면, 인도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려한다. 어린 나이에 집안을 돕는 아이들, 아이를 안고 동냥을 하는 엄마, 슬리핑 부스 아래 통로에 쪼그리고 가는 사람들, 아름답고 화려한 타지마할에 이르는 길에 펼쳐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 치안이 좋지 않고, 정각에 오지 않는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고, 아수라장 같은 길 위에 먼지와 매연, 소음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고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그리워진다. 삶은 꼭 의미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떠나고 평온한 마음이 찾아오고, 나약하고 비난하다고 자책하지 않고, 허영도 허세도 부질 없다고 느낀다. 내려놓으니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된다.

유럽 편의 사진이 기가 막히다. 글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문득 펼쳐지는 풍경은 '우와!'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초록이 쨍한 하이드 파크, 한 쪽에 안개 덮인 스위스의 알프스, 베네치아의 좁은 수로를 지나는 곤돌라, 하늘과 맞닿아 있는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 정원, 암스테르담 수로의 푸른빛과 어스름한 푸른 빛 하늘이 환상적이다.

톡톡튀는 문장이 읽는 재미가 있다. "런던에서 이틀 머무르다 파리로 와서 받는 느낌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나이트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터져 나오는 흥분과도 같았다"43 "더 좋고 더 편리한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바꾸는 개발도상국가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파리는 온통 고칠 것 투성이었다.46 까칠한 자기비판이다.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간단하게 여행기록을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톡톡 튀는 문장이 어우러져 읽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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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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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부부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신뢰가 깨지고, 서로를 의심하고, 급기야 서로 두려운 존재가 된다. 여성작가 4인이 펼치는 네 편의 작품은 불륜, 질투, 살인, 이혼과 같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는 소재를 다룬다. 수록된 작품은 박소해의 '사마귀, 여자', 김재희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한수옥의 '설계된 죽음', 한새마의 '시소게임'이다.

<사마귀, 여자>는 사랑을 할 때 수컷을 머리부터 잡아 먹는 암사마귀처럼 성도착증에 걸린 아내의 이야기다.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에서는 서로를 의심하는 남편과 아내가 외부의 공격을 받을 때는 서로 힘을 합쳐 해결하고, 이혼을 불사한 관계도 호전된다. <설계된 죽음>은 부부보다 더 중요한 아이 문제에 무책임했을 때 치밀한 설계로 죽음에 이르며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시소게임>은 남편과 베트남 아내의 목숨을 건 팽팽한 긴장과 대결이 예상 외의 결말을 맞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뒤로는 치열하게 대립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가장 가슴 아픈 작품은 <설계된 죽음>이다. 아이가 걸린 문제라 더욱 심각하고, 남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해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스토리가 가슴 아프다. 저수지에 빠진 차에서 간신히 나온 재우는 아내의 구조를 요청한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팀 형석은 남편이 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죽이려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건을 맡은 최형사는 어리숙하고 선한 얼굴을 한 남편이 아내를 죽일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5개월 전 아이 둘을 화재로 잃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쓴 아내가 자살을 할 리 없다는 사실과 여러 증거들이 자살보다 살해 쪽으로 기운다. 결정적으로 구조팀 형석의 전처가 재우와 불륜관계에 있었고, 아이들이 화재로 죽을 때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고 진술한다. 누가 범인일까를 추리하면서 읽다보면, 중간에 예상이 되지만, 결말이 안타깝다.

가장 믿고 사랑하는 부부의 관계는 여러 이유로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다른 매력적인 이성이 나타나 불륜을 시작하거나, 사망 보험금과 같은 큰 돈이 걸려있다면 현실에서도 그 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겠다. 살벌한 부부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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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5 - 한국과 일본의 민간 교류를 통한 공감과 이해, 일본 문화 다섯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5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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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문화> 시리즈의 5권이다. 2024년에 나온 4권과 마찬가지로 한국인과 일본인,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쓴 책이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설명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일깨워준다. 한일 양국의 유사하고도 다른 점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은 7장으로 되어있다. 생활 속 한국학과 일본학, 한국과 일본의 공존과 서로 다른 시선, 일본 감성을 찾아가는 여행, 일본 비즈니스의 현재, 언어와 역사로 연결된 한국과 일본, 여전히 신기한 일본 문화, 시간 여행으로 만나는 일본이다.

한일 양국의 차이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일본의 디지털 크리에이터 다케이 하지메의 통찰이 돋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같으면서도 다른 점을 명쾌하게 지적한다. 한국이 고려시대에 몽골의 영향으로 육식문화가 발달하고 잡내를 잡으려 마늘을 많이 사용해온 반면, 일본은 19세기 중반까지 불교국으로 육식이 금기되어 채소와 생선의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마늘은 대체로 사용하지 않게되었다. 존댓말과 반말에 대해서 일본은 "정중한 말과 반말의 구별은 나이의 상하관계보다 친근함에 따라 정해진다(74)"고 하는데, 우리와는 다르다. 일본인은 우리가 부모에게 존댓말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우리는 부모에게 반말을 하는 일본인을 예의바르지 못하다고 오해할 지도 모른다. 서로 다름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인이 한국에 관해 소소한 부분까지 차이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지난 4권과 다르게 이번 5권에서는 현재 일본 비즈니스를 한 장으로 분리해서 다룬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선택, 일본 반도체의 흥망성쇠, 한국에 비해 일본의 스타트업이 약한 이유에 관한 설명은 현재의 일본 경제를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전기차를 앞다퉈 내고 있는 때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선택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이 있다. 그러나 AI로 전기수요가 많아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일본의 반도체산업에 관해 반도체를 개발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갔다가 도시바-콩스베르그 사건(1983-1984)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다. 소부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를 생산해내고 있지는 못하다. 부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일본에서 스타트업이 저조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불확실성을 기피하고, 장인정신과 같은 문화적 이유와 종신고용제를 비롯한 구조적 이유와 낙후된 디지털 문화가 있다. 가장 핫한 전기차와 반도체, 스타트업에 관한 현황을 알 수 있어 좋다. 다만, 관련 데이터는 연도를 명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기차 충전은 현재 7-8시간 걸리지도 않고, 대부분 충전콘센트가 별도로 필요하지도 않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초급속, 급속, 완속으로 구분하여 빠르면 20분 길게는 4-5시간이면 된다.

2024년부터 1만엔, 5천엔, 천엔 지폐의 신권 발행에 관한 설명도 유익하다. 지폐 위조방지와 보안 강화를 위한 목적뿐 아니라, 장롱예금이 유통되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다. 버블경제 이후 은행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장롱에 현금을 쌓아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돈이 유통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본 정부가 경제 디지털화를 위해 캐시리스화(현금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변화를 받아들일지 역시 궁금하다.

우리와 일본의 문화는 서로 유사하지만 전혀 다르기도 하다.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고, 오해하면서 미워하지 않는다면 양국이 조금 더 가까운 관계가 되겠다. 이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기를 희망하는 이유이다.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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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 홈스의 시선이 머무는 현장에는 과학이 따라온다
스튜어트 로스 지음, 박지웅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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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는 과학의 시대에 나타난 최고의 영웅이다(10)."

셜록 홈스(1854-1957)는 소설 속에서 무려 103세를 살면서 탐정으로 활동한다. 저자 코난 도일(1859-1930)이 71세를 살며 활동한 시대보다 길다. 사실 코난 도일은 역사소설처럼 진지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 <마지막 사건>(1894)에서 홈스를 죽인다. 그러나,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바스커빌가의 개>(1902)에서 홈스를 살려내고 1927년 <셜록 홈스의 사건집>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 책은 셜록 홈스의 수사기법과 기술의 발전을 시대적으로 설명한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이 제위(1837-1901)하던 64년간으로, 변혁의 시대이자 합리주의와 과학의 발달과 식민지 개척으로 영국이 팽창하던 시대이다.

책은 10장으로 되어있다. 과학의 시대, 최초의 과학 탐정, 법과학, 지문과 광학, 통신수단, 이동수단, 무기, 동물, 의학 건강 독, 이론과학이다.

코난 도일이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의 페르소나인 홈스와 왓슨은 의학과 법과학적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코난 도일은 실존 인물의 특징을 빌려 홈스를 구성한다. 도일의 교수인 '요셉 벨 박사'의 관찰을 통한 추리 능력과,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수아 비독'의 수사방식을 사용한다. 상대를 척 보기만 해도 성격과 직업을 맞출 수 있고, 변장을 통한 잠입수사와 현장 증거품을 통한 과학수사로 경찰이 풀지 못하는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는 일반인이 보기에 병적이다. 정신병적으로 조울증과 자폐증이 동시에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는데 흥미롭다. 홈스는 자신이 흥미를 갖는 일이라면 누구도 막을 수가 없고, 어떤 때는 며칠을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인데 이는 조울증이다. 자폐는 친구가 거의 없이 혼자 활동하고, 반복적인 행동양식을 보인다.

홈스가 활약하던 빅토리아 시대는 합리주의에 기반한 과학이 발달하고 있어서 과학적 범죄해결은 실재 범죄해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홈스는 지문, 족적, 자전거 바퀴, 말발굽 자국, 필적을 보고 그 차이를 알아내고, 돋보기, 현미경, 망원경, 사진기를 이용해 현장의 증거를 분석하고, 전보, 전화처럼 시대가 발전하며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잘 이용한다. 홈스 본연의 날카로운 관찰과, 연역, 귀납, 귀추와 같은 논리적 사고와, 직관적인 해결능력은 감탄스럽다. 현대의 경찰과 CIA, FBI의 수사기법에 영향을 주었고, 셜록 홈스 시리즈는 CSI 교육생 추천 도서라니 그 의의가 대단하다.

소설이므로 과장되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재미있다. 마약과 줄담배를 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홈스가 사냥개를 따라잡는 것이라든가, 수명을 늘리기 위해 원숭이 혈청을 맞은 돌팔이 박사가 원숭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원숭이 혈청을 맞으면 살 수 없고, 설사 맞고 살았더라도 원숭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소설의 재미를 위한 비과학적 이야기가 과감하게 들어가 있다. 도일이 나이가 들어 과학 발전에 따라가지 못해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도 했고, 의사과학을 진짜라 주장하기도 하였다.

코난 도일은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관찰력과 법과학적 지식을 갖춘 홈스의 활약을 다양하게 만들어냈다. 셜록 홈스 시리즈가 책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로 재생산되고 있는 지금도 그 생명력에 감탄스럽다.

글 중간중간에 용어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설명을 박스에 넣었는데, 글의 흐름을 끊어놓는 느낌이다. 주석으로 아래에 처리하면 더 좋았겠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었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그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짧게라도 언급된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해주었다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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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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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255)."

노인요양시설에 계신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시고, 환시를 본다. 야쿠시마루 료이치는 순사부장으로 승진 시험을 앞두고 있다. 아내는 종합상사에 다니고, 딸은 런던 발레학교로 유학이 결정되었지만, 고2 아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다.

반사회집단 구성원이 살해되는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네 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료이치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 승진하려는데, 아직 아무런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딸은 클럽에서 약을 탄 음료를 마시고 자신을 덮치려던 남자를 아령으로 쳐 죽이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딸을 위해 불의를 저지를 것인가? 형사로서 정의를 지킬 것인가? 정의를 선택하면 딸은 정당방위로 풀려날 것이다. 그러나, 발레리나를 꿈꾸는 딸은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혀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살인자의 아버지인 료이치도 승진 리스트에서 누락될 것이다. 그러나 눈 한 번 꾹 감으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료이치는 가족을 지키기로 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일이 꼬이면서 점점 커져가는데 우연히도 진실을 아는 자들이 사라진다. 과연 료이치는 겉으로는 무죄이지만 자신까지 속이며 평생 살 수 있을까.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료이치의 가족을 비롯해, 료이치 소속인 경찰 조직, 반사회 집단인 블랙체리라는 한구레 조직과 아마미야 흥업의 야쿠자 조직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은 '반사회집단'이란 사회의 규율을 어기거나 사회에 해가 되는 집단이다. 소설 속에서는 한구레 조직과 야쿠자 조직이 이에 해당한다. 야쿠자는 조직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구레는 돈벌이를 위해 뭐든 하는 깡패 조직으로 조직의 규율이 없고,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있다.

아주 잘 짜여진 구성에 이야기의 흐름도 쫀쫀하다. 하나의 일이 해결되면 다른 일이 발생하고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폭발할 때 의외의 일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몰입도가 최고이고 은근하게 조여오는 압박과 불안이 그대로 전달된다. 가장 정의로워야하는 조직이 불의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불의를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유혈이 낭자하는 묘사는 없지만 스펙타클한 전개가 일본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한 갈등과 해소, 경찰과 반사회집단의 대결을 그리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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