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 문학의 숲에서 경제사를 산책하다
신현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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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소설 속 인간은 생생하지만 일반적인 법칙을 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소설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소설가들은 인간에 대한 일반 법칙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어이없어 할지도 모릅니다."(5)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제학자가 상상이 넘치는 소설 속에서 경제를 찾아 연결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40권의 소설 속에 나타난 경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17세기부터 미래까지, 동서양을 모두 아우르는 소설을 다룬다.

책은 3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챕터 1은 버블 껌을 삼킨 자들의 세상(17세기-19세기), 챕터 2는 위험한 개츠비들의 시대(20세기), 챕터 3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21세기 그리고 미래)이다. 시대에 따라 소설의 배경인 경제상황을 설명한다. 또한 소설이 쓰여진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회화나 문서, 사진을 설명하는 시각자료가 많아서 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각 시대별 소설을 보자.

17세기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그 곳의 거래소에서는 선물과 옵션 거래는 물론, 속임수와 음모가 만연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The Coffee Trader>(데이비드 리스: 2003)은 이러한 배경에서 쓰여졌다. 유럽에서 커피가 아직 유행하지 않은 때에 주인공 미후엘은 커피의 수요와 공급을 조작해서 수익을 내려한다.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가 폭삭 망하기도 하고, 현대의 금융과 무역이 태동하였지만, 불안정한 시대이다.

20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1925)는 1920년대가 배경이다. 가난한 집 출신에서 부자가 된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2013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개츠비 곡선'은 이 작품에서 비롯된 용어로, 선진국 중에서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세대간 이동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이 넘쳤던 미국의 1920년대가 세대간 이동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시기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미래의 모습을 담은 덴마크 작가 올가 라븐의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2020)는 인간과 인간형(휴머노이드)을 직원으로 하는 22세기 우주선 '6000호'가 배경이다. 위원회는 통제를 벗어난 인간형의 작동을 멈추려하지만, 실패하고 '그 물체'를 지키기 위해 직원 모두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위원회가 사장의 지위를 갖고,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죽인다는 설정도 놀랍지만, 휴머노이드처럼 대우받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미래가 공포스럽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책 목차 옆 페이지에 책 커버를 모아둔 점이다. 우리나라 소설은 물론 동서양의 다양한 소설 원본 커버를 모아 두었다. 한눈에 어떤 분위기의 소설을 다룰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제목의 언어도 프랑스어, 영어, 일어도 다양한데, 우리말 번역은 무엇일지 비교하며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각 작품 마다 4장 정도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의 줄거리를 포함해서 경제적 배경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고전 소설의 배경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비교적 이해가 쉽다. 시대의 경제적 배경이 어떠해서 주인공들의 행동이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경제위기의 시대 작품들을 모아서인지 비극적인 소설들이 많아 보인다.

경제와 소설을 연결하는 독특한 시도가 좋은 책이다. 소설을 좋아한다면, 작가와 작품의 시대배경까지 알고 읽는 독서습관이 있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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