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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명화 하나에 글 하나.
이 책은 140편의 서양화와 더불어 그림 마다 짤막하게 쓴 저자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서양 명화를 볼 때마다 늘 이 그림이 어느 시대의 어느 파에 속하는지 염두에 두고 이해하려 했는데 이 책에서는 거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상파, 추상파, 야수파 등과 같은 구분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대로 느끼면서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다.
여러 화가의 작품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 화가의 작품인지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한다. 클림트의 예를 들면, 그의 화풍은 워낙 독특해서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해바라기가 있는 농원>을 보는 순간, 수직으로 분할한 구도를 보면서 클림트겠구나 한다. 그러나 <아테르제 호수의 섬>을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이것도 클림트의 것인가 싶다. 이 책에는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나 <유디트>와 같은 인물이 들어간 그림이 아니라 자주 보지 못한 풍경화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인물의 강렬함으로 클림트를 이해했다면 풍경화를 보면서 그의 다른 면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림에 대해 저자는 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짧은 이야기를 소근소근 속삭인다. 어떤 그림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의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어떤 그림에서는 그림 속에 폭 빠져 그림의 일부가 된 듯 이야기하고, 어떤 그림에선 화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마네, 모네, 세잔, 고흐, 클림트, 고야, 마티스, 쿠르베, 르누아르, 샤갈, 드가, 밀레, 뭉크처럼 익히 들어본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들도 많다. 그림을 통해 화가가 전하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화가의 감정을 따라가보는 감상을 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화가들이 그려낸 연인들의 다정함, 사랑스러운 여인, 웃음소리가 들릴 듯한 소녀들, 웅장한 풍경, 화려한 꽃과 나무, 사진처럼 사실적인 그림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