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집 - 오감도와 날개 그리고 권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래 전 대학 다닐 때 혜화동에 '오감도'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외관도 제법 훌륭하고 양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격식이 있는 식당이었다. 그 때 이상의 시 '오감도'와 소설 '날개'를 읽었으니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아주 짧게 살다간 이상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것 만으로 이 책이 특별하다.

이상은 1910년에 태어나 1937년에 돌아가셨으니 27년을 살다간 것이다. 그 것도 23살에 폐결핵에 걸려 회복되지 않은 채 계속 고생스럽게 살다 간 것 같다. 그림도 잘 그리고, 건축설계도 하고, 문학작품도 쓰는 팔방미인형 천재이다. 일제 강점기에 학교에 다녀서인지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그의 시는 한번 읽었다가 다시 돌아가 다시 끊어 읽으면 좀 다른 뜻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건축설계와 관계된 조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와 같은 제목은 시의 제목으로 낯설지만 의미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책의 구성은 1부 미발표 유고 시들, 13인의 아해가~로 시작되는 오감도 제1호를 비롯한 15호까지, 조감도, 무제, 이상한 가역반응이 있고, 2부는 역단, 삼차각설계도, 위독, 영화로도 만들어진 건축무한육면각체, 기타 시들을 수록했다. 3부는 유명한 소설 '날개'와 수필 '권태'가 있다. 

병적인 지식인의 모습이 이상의 시와 소설, 수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시는 발표 당시에도 난해하기로 유명했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 읽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말부터 한자어, 영어, 불어, 숫자, 기호가 마구 들어 있어서 여러번 읽어도 그런가보다 정도의 이해를 할 수 있다. 해설이나 각주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날개'는 하루종일 방에서 소일하다가 아내가 준 돈으로 외출하게 되면서 겨드랑이의 날개를 느끼며 비약해 보자는 병약한 나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는 내객을 받아 생긴 돈으로 생계를 꾸며 간다. 도시의 빡빡한 방으로 가득찬 집의 구조가 인상적이다. 반면 '권태'는 시골에서 하루를 보내는 나의 권태로운 관찰을 쓰고 있다. 

이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 소장해두고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