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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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법정에서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수렴한다. 베끼는 것과 영감을 받는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 예술가의 손이 닿지 않은 작품도 예술일 수 있는가, 그리고 대체 예술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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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6장으로 되어있다. 1장 이것도 예술인가요?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현대미술이 던지는 도발적 질문들, 2장 훔치거나 빌리거나, 3장 진실공방: 진짜와 가짜의 세계-수천억 원을 움직이는 위작의기술, 4장 예술과 돈-경매시장의 욕망과 법의 논리, 5장 예술가는 죽어도 작품은 남는다-창작자의 권리, 소장자의 권리, 6장 미래의 예술- AI예술과 인간 예술가이다. 저자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칼럼을 수정하고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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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은 작가의 아이디어나 개념을 중시하는 미술이다. 언어, 사진, 행위(퍼포먼스), 지도, 기호를 이용한다. 마르셀 뒤상은 남자변기를 가져다 두고 <샘>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도 대부분 조수들이 그린다. 존 발데사리의 연작 '의뢰된 그림'은 사진을 찍어 아마추어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하고 완성된 그림에 화가의 이름을 넣는다. 키펜베르거는 자신이 고른 사진 12점을 그려 달라고 의뢰한다. 여기서 발상과 실행이 분리된 작품은 누구의 작품인가? 그림을 그린 화가인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인가? '조영남 사건'은 사기죄로 형사소송에서 1심에서 유죄를,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려졌다. 대작은 발상과 실행 모두 남이 대신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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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하도 위작이 많아 마지막에 싸인을 하고 건넨다고 한다. 자기 작품을 몰라보는 예술가가 있을까? 천경자와 이우환의 위작 논란이 흥미롭다. 천경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우환은 위조범이 그렸다고 자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법원은 천경자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판결하였고, 30여년에 걸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이우환의 경우 국과수 분석을 통해 위작이라 판단하고 위조범들에게 실형을 내렸다. 작가의 눈보다 혹은 기억보다 과학적 분석으로 진위여부를 가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AI시대다. 2022년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디지털아트부분에서 대상을 차지한다. 또한 AI에게 14세기부터 20세기 사이의 초상화를 학습하게 한 후 만든 초상화 <에드먼드 벨아미>가 43만여 달러에 낙찰되었다. 추후 바랏이 오픈소스에 무료로 공개한 코드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출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분노와 비난을 받았다. AI가 만든 작품은 창작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를 두고 법적 논란에 있다. 인간만이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는 현재의 법이 향후 어떻게 바뀔지, 또 바뀐다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저자는 AI는 예술창작에서 인간을 대체하기 보다 수단이라 말한다. 과거 붓에서 카메라로, 컴퓨터에서 AI로 변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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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와 다르게 그래피티 거리예술가로 현대미술의 아이콘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뱅크시의 작품세계와 철학과 삶을 알 수 있어서 좋다. 또한 변호사를 포함한 예술가 그룹인 미스치프(MSCHF, 나쁜짓,장난)가 꼬집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 신선하다. 디즈니의 저작권에 대한 욕심,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의 명품의 의미, 허스트와 워홀의 작품복제, 예수슈즈와 사탄슈즈의 이중잣대, 달러로또로 투기심리 실험, 의료비 청구서로 미국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권력에 저항한다. 이 균형은 계속 유지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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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돈때문인 듯하다. 작품 자체보다 작품이 갖는 가치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는 세상이다. 순수한 예술은 나이브한 생각이고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작품을 생산하는 시대다. 법원의 판결로 큰 돈을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공방이 길어지고 표현의 자유를 표상하는 예술과 규정에 묶어두는 법의 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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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을 강추한다. 짧은 시간에 쓰여진 글이 아니라 여러 곳에 보낸 칼럼을 모은 것이라 하나하나의 글이 독립적이고 정성스럽다. 근 500쪽에 가까운 두께이지만 쟁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배경설명을 충분히 하였고, 판결문도 간결하고 명확해서 잘 읽힌다. 뉴욕주 변호사가 어떻게 한국사정을 이렇게 잘 알까 궁금해서 저자의 이력을 찾아보니 한국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고, 홍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2016년부터 월간미술에 칼럼을 썼고, 예술법이라는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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