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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랜드
사와무라 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2020년 제19회 센스 오브 젠더상 특별상 수상작이다. 센스 오브 젠더상(SOG)은 젠더에 대해 탐구하고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SF 및 판타지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상이다. 저자 사와무라 이치(1979- )는 2015년 <보기왕이 온다>로 일본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 <학교는 죽음의 냄새>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을 수상했다.
책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시어머니>, <날개 꺽인 금붕어>, <매리지 서바이버>, <사요나키가 날아오른 날>,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 <사랑을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
미래의 가족 이야기가 SF의 세계 속에서 펼쳐진다. 요양원에 누워 계시는 시어머니가 원격으로 며느리의 집을 조종하는 <컴퓨터 시어머니> , 우수한 계획아와 그렇지 않은 무계획아에 관한 <날개 꺽인 금붕어>, 승진을 위한 결혼을 하는 <매리지 서바이버>, 로봇에게 딸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엄마에 관한 <사요나키가 날아오른 날>, 돌봄에 관한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 장례에 관한 <사랑을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가 그렇다.
각 작품에는 반전이 있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물론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우위에 있다가 열위로 떨어지거나, 행복의 상징인 결혼반지가 국가에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거나, 지구의 돌봄보다 더 심각한 우주의 돌봄을 떠안게되는 상황이라든가, 셰어 스페이스에서 간단하게 치러지는 장례절차를 과거의 전통 장례로 치루면서 오히려 진정한 슬픔을 느낀다든가, 결말을 예상하며 이어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깜짝 놀라운 이야기로 변해 신선하다.
가장 예상 못한 결말은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이다. 45세의 신이치는 75세의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5년째 모시고 산다. 벌이가 없어 아버지의 연금에 의존하는데, 돈을 내면 간병인의 편의에 맞게 피보호자에게 처치를 할 수 있다. 아버지는 2단계 처치로 대장을 막고 내용물을 관으로 빼내고 두 다리를 무릎 아래부터 절단하여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정체불명의 우주 물체인 빛덩어리가 다녀간 후 아버지의 증상이 악화된다. 죽기 전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 데려다 드린다. 그곳에서 머리와 상체만 있는 외계인을 접하는데, 그들은 '우리를 부양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지구에 보내는 노인 외계인들이다. 노인 돌봄의 문제는 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의 문제인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미래는 효율적이다. 사람들끼리 말하지 않고 '디바이스 콘택트렌즈'로 소통하고, 운송용 소형 비행로봇이 물건을 배달하고, 새의 모습을 한 재택 간호용 소형비행 로봇이 집에서 건강을 체크해주고, 죽음은 셰어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다. 겉으로는 극도로 효율적이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내면은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기 어렵고, 사람들끼리의 연결도 최소이다. 허무맹랑하지 않은 미래라는 것이 두렵다.
SF와 반전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