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27회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6편의 단편소설을 모았다. 대상 수장작인 박솔뫼의 <사과>를 비롯해, 우수작품상으로 성혜령의 <하악>,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있다.

6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6개의 다른 세계에 들어간다. 잔잔하기만 한 일상에서 작은 파문과 같은 사랑이 시작되었다 끝나는 <사과>, 장애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와 엄마의 <하악>, 동성애 커플이면서 가족이었던 애완견의 분골을 빈 묘에 묻어주며 아버지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가족 이야기 <나의 빈 묘에>, 학폭 피해자인 영주의 괴롭힘을 받아들이는 우진의 이야기 <영주>, 초현실적인 <그거 점 된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과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게 하는 <일일업무 보고서>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 이웃의 모습을 그린다.

작품 <사과>는 잔잔한데 애매하다. 주말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리는 손님으로 온 선호와 만나고, 헤어진다. 다시 카페에 온 선호를 맞는 애리의 관계는 손님과 점원으로 돌아간다. 애매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다수 등장하는데, 선호는 애리가 길에서 생감자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과였고 애리는 이를 증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든가, 애리는 '잠'을 장소라 말하고, 꿈은 애리가 잠을 자지 않아도 가끔 보는 것이다. 애매하다. 황예인 문학평론가의 <사과>에 대한 작품론으로 작품을 이해한다. "비약이 자리한 문장과 문장사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장면, 시제가 뒤섞인 표현들...(63)"이다. 애매하게 느낀 이유다.

장애인을 다룬 <하악>과 <일일업무 보고서>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하악>은 지적장애 동생의 시설비를 대느라 고달픈 언니와 동생의 임신을 극도로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이 현실적이다. <일일업무 보고서>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된 40대의 세진이 통증 속에서도 자신에게 남겨진 20년의 수명을 위해 재택근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일일업무보고는 버려진 자신과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고상한 편이다. 당장 설사를 처리해줄 활동지원사, 돈을 달라는 엄마와 언니 중 누구도 와주지 않는 상황이 현실이다.

<나의 빈 묘에>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윤미는 동성애 파트너인 지윤과 그들이 키우는 애완견을 가족이라 생각한다. 먼저간 애완견의 분골이 눅눅해져 덩어리지자 자신이 앞으로 묻힐 해가 잘 드는 가족묘지의 빈 묘에 묻는다. 그 가족묘지는 첩이었던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시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아버지의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며 전개된다. 큰어머니와 어머니간의 관계는 반전이고, 놀라움이다. 삼 대에 걸치는 시간 동안 가족의 의미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함을 느낀다.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로 진지하게 물음을 던지기도 하고, 예상 못한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으로 괴기하지만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고, 당한대로 갚아주려는 복수 앞에서 피하지 않는 속죄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작가들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시대를 표현하고 독자는 작품을 통해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