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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서기장들 - 블라디미르 레닌부터 미하일 고르바초프까지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소련의 역사를 최고 권력자인 서기장 8명의 인생과 업적, 과오, 외교 관계를 통해 서술한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를 끝으로, 공산국가 소련을 건국한 레닌이 집권을 시작한 1917년부터 소련이 해체되는 마지막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임기 끝인 1991년까지 근 100년도 안되는 기간이다.
황제를 폐위시키고, 임시정부가 들어선 상태에서 러시아의 정세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볼셰비키(다수파)의 지지를 받던 레닌이 멘셰비키(소수파)의 마르토프를 제치고 폭력혁명을 통해 소련을 건국한다. 그 후계자로 엘리트 트로츠키를 지정하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던 스탈린은 자기를 지지해줄 인맥을 만들어 놓고 트로츠키를 밀쳐낸다. 스탈린은 30년간의 장기간 독재로 중공업을 발달시키고 경제성장을 일으키지만 억압과 통제로 공포의 시대 분위기를 유지한다. 대숙청으로 군부 엘리트를 숙청하여 추후 독소전쟁에서 군을 지도할 인재가 없어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스탈린의 공포정치를 비판하는 흐루쇼프는 데탕트시대를 열며 미국과 교류하고, 인류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미국과의 우주경쟁을 시작한다. 독단적이었던 흐루쇼프에 반대한 브레즈네프는 안정적 관리를 시행하지만 정체와 무기력으로 힘을 잃고 유가마저 하락하여 경제가 어려워진다. 동유럽국가에 대한 힘도 잃는다. 브레즈네프를 잇는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는 고령으로 짧은 집권을 한다. 젊은 인재를 키우고 경제 자율성을 시행했던 안프로포프의 개혁을 이은 고르바초프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요직에 오른다. 그의 페레스트로이카(경제재건)과 글라스노스트(개방)은 서방국에게 호의를 갖게 했지만, 정작 국내혼란을 야기하고 소비에트 연방15개국의 독립은 물론 동유럽 국가의 독립을 가져와 소련의 해체로 이어진다.
소련의 해체 후 옐친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새로운 러시아의 초대 직선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시장경제를 만들려 노력하지만 급진적인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총리인 푸틴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KGB출신 푸틴은 구소련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인물로, 러시아 경제를 살리며 지지를 얻지만,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잦은 대외 침략은 문제로 지적된다.
1917년 레닌이 마르크스 사상을 받들어 폭력혁명으로 소련 공산주의를 세운 이래 고르바초프가 1991년 소련을 해체한 기간은 100년도 되지 않는다. 소련의 붕괴가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평가하지만, 지도자의 선출방법이 이렇다하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비열한 방법으로 권력을 쥐고 장기독재를 하거나, 능력이 부족한데도 개혁을 추진하다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거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는 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다보니, 이상적인 공산주의와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닐까 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 나폴레옹이 스노우볼을 쫓아내고 인간 농장주보다 심한 독재로 농장을 이끌어 나간다.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우볼은 트로츠키를 빗대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스탈린은 자기를 지지해줄 인맥을 만들어 놓고 트로츠키를 밀쳐낸다. 모든 나쁜 일을 스노우볼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나폴레옹처럼 소련에서 쫓겨나 떠도는 트로츠키를 염두에 둔 스탈린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응한 소련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소련과 동유럽국가들과의 군사동맹이었다. 이를 거부한 고르바초프가 동유럽국에게 각자 길을 가도록 둔다는 정책을 시행하자, 폴란드, 헝가리, 동독붕괴,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독립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이로 인해 소련의 동유럽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결국 소련이 해체의 길을 가게 된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1991년 소련해체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군사력에서 미국 다음이었던 소련 붕괴의 역사가 허무하다.
쉽고 재미있게 잘 쓴 책이다. 서기장들의 인생은 물론 업적과 과오를 균형있게 서술한다. 또한, 각 서기장들의 짧은 연설문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서기장 이름 앞에 붙인 닉네임을 통해 그들의 특징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테면, '건국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레닌', '공포정치의 화신 이오시프 스탈린', '서방에선 영웅, 러시아에선 논쟁적 인물 미하일 고르바초프'다.
소련사에 흥미가 있거나, 현재 푸틴이 구소련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