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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필사책 -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는 부처님 말씀
정운 엮음 / 유노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필사책이 등장했을 때, 의아했다. 불교에서는 '필사'라고 하지 않고 '사경'이라고 하는데 2,000여 년 동안 수행의 하나로 실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경이란 경전내용을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다(4)."
이 책은 불교학자 정운 스님이 네 개의 경전인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부경전, <금강경>에서 100개의 구절을 필사할 수 있도록 선별했고, 스님의 에세이 10편을 덧붙였다.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부경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를 포함하는 초기불교 경전이고, <금강경>은 대승불교 경전이다. <법구경>와 <숫타니파타>는 짧은 시 구절로 되어있고, 마음공부와 연관되어 있어 비교적 쉬운 반면, 대승 불교 경전인 <금강경>은 어려운 불교학과 신앙적 측면이 강하고, 한자를 번역한 것이어서 정운스님이 필사하기 쉽도록 재구성했다.
100편의 말씀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모든 존재를 너그러이 보고, 지혜롭게 살아가고, 삶의 무게를 견디고, 오늘을 귀중하게 여기라는 5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세상사에 힘든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제대로 살아갈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을 때,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내 욕망을 잘 다스리면서 자유를 찾으라. 세상의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내가 행복을 추구하듯 그들도 그러함을 깨달아라. 인간관계에서 서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말아라. 친구가 없다면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누구의 칭찬을 받아도 비난을 받아도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삶의 행복은 나의 노력과 나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타인에 의지하지 말아라. 과거를 쫓지 말고 미래를 염려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 어찌 보면 개인주의적이지만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북돋는 말씀이다.
정운 스님의 에세이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깨달음 끝에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호스피스 병동에 무연고로 들어온 의식이 없는 스님에게 <반야심경>을 조용히 읽어드린 신부님 이야기는 존경스럽다. 의식은 없지만 노스님의 종교를 존중하고 노스님이 마지막에 들으면했을 불경을 읽어주는 마음이 감동이다. 그 신부님의 건강과 천주님의 은총을 기원하는 정운스님의 맺음말도 멋지다.
세상일에 치여 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거나 받아서 힘들다면, 정운 스님이 골라놓은 말씀을 필사해 보는 것도 좋겠다. 현재에 집중하고, 남이 아닌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