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름과 전쟁 - 무기화된 화학 이야기
앨리스 러브조이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과거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 코닥과 아그파는 대표적인 필름 회사였다. 카메라 뿐 아니라 영화 촬영에도 쓰이는 필름이 핵무기 개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 책은 화학산업의 일부인 필름이 어떻게 전쟁과 연결되어 무기를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코닥은 1883년 조지 이스트먼이 창립한 회사로 영화를 만드는 필름을 생산하면서 2차대전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코닥의 경쟁사 아그파는 원래 독일의 염료회사인 '아날린 제조주식회사'였으나, 사업을 다각화하며 제1차세계대전에 독가스를 생산하고, 2차대전에 노동력을 활용해 필름과 섬유제품을 생산하며 독일 나치 전쟁에 깊이 관여한다. 미국의 코닥 테네시 이스트먼 공장과 독일의 아그파 볼펜공장은 서로 경쟁사이자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했다.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을 종결하기 위해 원폭을 제조하는 과정이 범지구적이다. 벨기에령 콩고에서 채굴한 우라늄 광석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정제된 후 미국 오크리지의 테네시 이스트먼(코닥 자회사)에서 원심분리기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235를 얻는다. 그 후 로스앨러모스에서 폭탄으로 가공한 다음, 북마리아 제도의 티니안 섬으로 이동시켰다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다.
원자폭탄은 자원약탈과 노동착취, 환경오염을 유발하는데 그 영향이 심각하다. 벨기에는 자원이 풍부한 콩고 식민지에서 식민지 노동자를 지독하게 착취하였고, 독일 라벤스브뤼크에 수감된 여성들은 강제노동으로 탈출을 감행할 정도이고, 히로시마의 피폭자들과, 상공과 해안에서 시행한 핵폭발 실험으로 주민들과 해군들이 희생되고, 그때 발생한 방사성 잔여물은 바람을 타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서야 지하실험으로 바꾸는 시행착오는 섬짓하다.
코닥의 수직통합 방식이 등장하는데, 현재 일론 머스크의 경영방식이자 헨리 포드의 방식이기도 하다. 재료부터 부품과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사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코닥은 정부가 사진산업 독점화를 규제하자 화학물질과 원재료를 생산, 가공하는 회사를 사들이며 수직통합한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에서 모든 과정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실 코닥이 사업 다변화로 젤라틴공장, 제지 공장을 세우며 정부 방침을 따르는 듯 하지만, 실제로 필름의 원재료를 자급화함으로써 독점화를 공고히 한다.
목재를 태우면 부산물로 아세테이트가 생기는데 이것이 필름, 레이온, 플라스틱과같은 일상제품을 만들고 항공기용 도료로 사용되지만, 독가스와 고성능 폭약과 원자폭탄의 원료이기도 하다.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필름의 뒷면에는 전쟁의 무기로서 사용된 역사가 있다. 기술의 경쟁적 발전이 전쟁과 연결될 때 얼마나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두렵다.
화학과 전쟁무기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역사적 사진과 인물을 제공하고 있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필름을 문화산업으로 생각해왔다면, 무기산업으로 시각이 바뀔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