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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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8)가 26세에 쓴 단편소설이다.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처럼 장편 소설로 유명한 저자의 단편은 어떨지 궁금하다.

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는 화자는 주위에 친한 사람이 없는 26살의 청년이다. 어느날 밤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걷다가 다리 위에서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다가가지만, 그녀는 길을 건너간다. 술에 취한 신사가 그녀에게 달려들자 화자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다음 날 밤 다시 만난 그녀는 나스텐카이고, 그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장황하게 설명한다. 상대가 관심이 있건없건 자기 생각에 도취되어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대화라기보다 독백이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그의 이야기에 나스텐카의 반응이 궁금해지는데 그녀는 의외로 매우 진지하다. 그렇게 화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17살의 나스텐카의 이야기는 보다 현실적이다. 그녀는 눈먼 할머니의 과잉 보호 속에 친구도 없고, 외출도 못하며 살아왔다. 1년 전 젊은 세입자가 들어오며 그에게 반한다. 가난한 그는 당장 결혼할 수 없다며 1년 후 모스크바에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문제는 그가 이미 돌아왔는데 자신을 찾지 않아 슬프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고 하며 화자에게 자신의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26살의 젊은 몽상가인 화자는 도스토옙스키 자신이 아니었을까. 저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작품에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는 느낌이다. 고독감으로 홀로 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이 <죄와벌>에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 밤길을 방황하는 로쟈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지고 또 빨리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조금은 당혹스럽다. 자신을 몽상가로 소개하는 화자는 시, 소설, 음악, 슬픔, 환상, 꿈을 이야기하는 현실에 발을 두지 않고 붕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나스텐카를 만나면서 그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해결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사랑을 어필하면서 현실의 사랑을 한다. 그러나 제목처럼 씁쓸한 헤어짐으로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렇게 나흘의 백야는 끝났어도 화자에게는 '지극한 행복(130)'이었다는 경험은 그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단편인데도 초반의 미사여구와 장황함이 보인다. 또한 13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글의 구성도 알차다. 두 사람의 인생이야기가 있고, 사랑이 있고, 반전과 반전이 이어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을 시작하기 전에 시도해 보기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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