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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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약은 독이다. 그리고 약은 도구다.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지만, 가끔 안 좋은 사용자를 만나서 살해 도구라는 비난도 받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약이다. 약이 이렇게 양면성을 띠는 이유는 약이 불완전해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 몸이 그만큼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뜻이기도 하다."10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약의 오남용은 살인으로 이어진다. 약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지만, 완전볌죄를 꿈꾸는 살인자들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약화학자가 약으로 사람을 죽인 사건을 중심으로 약을 설명한다. 나아가 신약개발에 얽힌 이야기와 약을 치료가 아닌 돈벌이로 이용하는 제약회사의 행태와 인권을 무시한 가혹한 임상시험을 지적한다.

책은 6장으로 되어있다. 마취제 살인사건, 의약품 살인마와 과학수사, 독살과 학살사이, 기만과 광기의 비타민, 이게 다 돈 때문이다, 불법 제조약 살인사건.

뉴스에 오르내렸던 프로포폴은 기름이라 혈액에 녹지 않으므로 정맥마취제로 사용할 수 없었다. 스웨덴에서 유화제가 개발된 후 우유빛 도는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약은 병원에서만 사용하므로 의료계 종사자들의 중독이 우선했으나, 의료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규제한다. 미국은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규제하지 않는데, 운반이 편한 다른 마약류가 다양하고, 병원에 가서 맞아야하는 불편함 때문이라니 단점이 장점이 되었다고 하겠다.

산모의 무통분만을 위해 사용한 약들이 상당히 위험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클로로포름을 사용했는데 뇌에 잘 스며들어 뇌마비, 간손상시킨다. 이후 중독성있는 모르핀을 사용하고, 통증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스코폴라민과 함께 사용한다.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제대로 사용해도 섬망과 환각에 시달린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높이 사지만 산모에게는 유해한 무모한 약 사용 역사를 아니 섬짓하다.

인체실험이 자행되고 피시험자의 인권이 침해된다. 크리그먼은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다이옥신을 실험한다. 터스키기는 흑인들 지역에서 매독균을 실험한다. 페니실린이 발견되어 매독균을 치료할 수 있었음에도 학계의 암묵적 승인하에 연구가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오싹하다. 윤리적 잣대 없이 의학적 성취를 바라는 집단을 규제할 법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상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현재 100% 양심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반대편에서는 복잡한 법적소송을 감내하며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한다. 환자를 위해서라기 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다. 악랄한 것은 판매처를 한정한 후 가격을 올려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의 복제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이다. 약이 치료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의 목적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환각제를 만들어내는 광기에 사로 잡힌 슐긴의 일대는 놀랍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몸에 녹는 살충제를 만든 보상으로 회사의 간섭없이 혼자 실험할 수 있는 특권을 받자 환각제를 만든다. 회사를 나와 LSD를 만들어 지인과 즐기며 제조법을 설명하는 책을 내서 마약제조업자들의 배를 불리고 젊은이들을 죽게 한다. 미 정부가 그의 작업을 제재하지만, 다시 책을 내면서 저항한다. 평생 200여종의 환각제를 만들고 80세가 넘어 살다간 이 사람은 스스로 순수 실험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의 순수함에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과학책인데 의외로 재미있다. 약이나 성분 이름이 길고 알기도 어렵지만,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며 간단한 화학구조를 통해 반복 설명하니 차츰 익숙해진다. 과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치료를 위해 막무가내로 약의 양과 횟수를 정하고, 실험자 자신과 팀원들이 테스트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무모해보이면서, 오늘날 정제된 약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약과 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풀어 쓴 이야기라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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