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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유대계 독일 작가이다.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다 대학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그는 인간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 현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표현한다. 41세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소담클래식 7번 째인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초기 걸작 단편선이다. <화부>, <선고>, <변신>의 세 작품이 수록돼 있다.
세 편의 작품은 주인공이 '아들'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 작품의 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아버지가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카프카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화부>의 카를은 가정부의 유혹을 받고 그녀를 임신시키자, 카를의 부모가 그녀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그를 미국에 보내버린다. <선고>의 게오르크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더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아버지의 명령대로 무력하게 강에 몸을 던진다. <변신>의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성실하게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왔지만, 어느날 벌레로 변하자 쓸모 없어지고 죽음을 맞는다.
<변신>의 그레고르는 존재보다 그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과 여동생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직장에 가고, 남들이 싫어하는 출장 외판원을 하면서 집에서는 수입을 벌어오는 역할을, 회사에서는 매출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벌레가 되어버리자, 집으로 찾아온 매니저는 냉랭하게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압박하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가족은 위로해주기 보다 쓸모없는 존재로 사라져주기를 바란다. 그레고르 자신도 벌레로 변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기보다 가족과 회사에 대한 걱정이 우선한다. 역할과 쓸모가 없어지면 인간 자체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그레고르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현대인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카프카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았다면, 얇은 분량의 단편소설 세 편을 담은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실존주의 문학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