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25가지 경제사건들
강영운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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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와 같은 서유럽의 경제사를 십자군 전쟁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다룬다. 25 가지의 경제사건들을 뽑아 생존, 역설, 거물, 거품, 음식의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12-14세기 중세의 십자군 전쟁은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종교적인 전쟁이었지만, 은행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서유럽에서 예루살렘까지 원정을 가는 기사단은 중간에 돈을 빼앗기고 객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사단 본부가 증서를 발행하고 도착지에서 돈을 바꿔주는 오늘날의 수표가 시작되었다. 기사단을 돕기 위한 돈이 많이 모이고 부를 축적하자 군주들이 이를 빼앗고 기사단은 사라진다. 십자군 전쟁 후 무역의 중심지가 된 이탈리아 피렌치의 메디치 가문이 1397년 최초의 은행을 설립한다.

한 정치인의 가족사가 소설처럼 시작되고 시대의 사회상을 설명하는데 인상적이다. '몰락한 귀족과 달러공주, 그리고 세계화'라는 아리송한 제목은 영국의 수상 처칠의 부모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칠의 아버지는 기울어 가는 영국 귀족가문 출신이고, 어머니는 부유한 미국 부잣집 딸이다. 아버지의 출세는 어머니가 고위관직과 연인관계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러한 불륜을 아버지가 눈감아 줄 뿐 아니라 감사해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당시에는 그러한 풍조가 당연시되었다. 그렇게 처칠은 2차대전에 어머니의 나라 미국에 지속적인 참전을 부탁했고, 마침내 루스벨트의 참전으로 연합국의 승리로 끝난다.

경제사의 거대한 두 기둥이 시대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를 주장한 경제학자 케인스와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하이에크가 두 거장인데, 서로의 주장은 반대이지만 이들은 같은 시대에 살며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냈다. 1929년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케인스의 이론이지만, 1973년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케인스의 이론이 수세에 몰리고 시장의 자유에 맡기자는 하이에크의 주장이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받아들여져 지금에 이른다. 2009년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화폐를 만들겠다는 암호화폐를 만든 것 역시 하이에크의 사상에 비롯한 것이라는 점도 놀랍다.

역사를 경제적 관점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쓴 책은 처음이다. 소설처럼 시작되는 도입부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경제사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이야기에 심취하다보면 사건의 핵심을 놓칠까봐 각 장 말미에 '네줄요약'으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해상도 좋은 명화와 사진이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어서 시대의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이다.

경제는 정치권력을 움직이고, 당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모습을 역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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