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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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부정적 감정과 잘 지내는 핵심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129)"

일반적으로 감정은 이성보다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감정 중에서도 부정적 감정은 긍정적 감정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노력하거나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이를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다. 감정적으로 행동을 했을 때 파괴적이거나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ㅍ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이 나쁘기만 할까?

저자는 스와스모어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감정철학, 도덕철학, 철학사, 정치철학 등을 연구한다.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정통제형 성인, 감정수양형 성인으로 나누어 그 문제점을 설파한다. 감정통제형 성인들인 간디나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자들에게 나쁜 감정은 억제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수양형 성인은 나쁜 감정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수양하거나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자가 애제자 안회가 죽었을 때 슬픔을 표현한 것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모욕에 대한 반응인 분노를 제대로 표현해야한다고 말한다. 무작정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이유를 생각해보고 이해가 된다면 화를 내지 않는다. 올바른 성품과 올바른 사고를 지니면 올바른 감정을 적절히 느끼고 표현할 수 있고, 날 것의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되고 길들여야한다고 믿는다. 감정 통제형과 수양형 모두 모범적으로 알고 있는 것의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반박은 나쁜 감정을 통제하거나 수양하려하지 말고 느끼라고 한다. 부정적 감정은 자기애에 대한 발로이므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윈이 정원의 지렁이가 땅을 비옥하게 하듯, 저자는 나쁜 감정이 인간을 비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실락원>의 사탄이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는 아담과 하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몽테뉴의 말대로 자신에게 결점이 있어도 삶과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니체의 아모르 파티(운명에 대한 사랑)를 강조한다. 나쁜 감정도 그냥 그대로 느끼고 삶의 일부라고 인정한다. 저자의 반박이 더 편하게 받아들여진다.

저자의 예가 이해를 돕는다. 이웃의 새 차가 부러우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부러움을 없애기 위해 자신이 물질주의적이라고 질책하거나, 이웃이 과시한다고 여기고 분노로 바꾸거나, 자기 계발의 동기로 삼지 않는다. 그저 '옆집 차가 부럽다'고 소리내 말하고 멈춘다. 왜 부러운가? 자신이 저 차를 살만큼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고통을 감내하라. 화풀이하고 감정을 밀어내려하거나 합리화하며 감정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결국, 부정적 감정이 생기면, 억제하거나 변화시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있는대로 느끼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필요하겠다.

부정적 감정 중에서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쌤통, 경멸을 고전과 철학 사상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저자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분노'는 로마황제 네로의 가정교사였다가 자결하라는 명을 받았던 세네카와 불교의 샨띠데바의 이야기를 들어 설명하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 페미니즘의 사상을 비교한다. '시기와 질투'는 그리스신화의 메데이아와 베이컨을 들어 설명하고, '앙심과 쌤통'은 스피노자와 몽테뉴를, '경멸'은 루소와 울스턴크래프트, 듀보이스와 같은 인물을 들어 설명한다. 올바른 분노와 정의로운 경멸처럼 나쁜 감정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또한, 앙심은 그저 치졸하고 무례한 행동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동서양의 철학자, 성인, 과학자, 문학가들을 대거 인용하며 부정적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인물의 사상과 철학과 문학을 인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자가 이미 그들에 대해 숙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저자의 학문적 넓이와 깊이가 느껴진다.

초반부에 가벼운 에세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하는 책이다. 많은 인용이 있고, 고전이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에서 다시 정리해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꼼꼼한 비유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빨리 읽히지는 않지만 어렵지는 않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논리 전개가 압도적이다. 시간을 두고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지렁이가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나쁜 감정도 좋은 삶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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