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Lord of the Flies이다. 한글 제목은 원제의 직역이다.

윌리엄 골딩(1911-1993)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하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하였다. <파리대왕>은 1954년 작품으로 21번의 거절끝에 출간되었는데, 후속작인 <상속자들>(1955), <핀처 마틴>(1956), <자유낙하>(1959)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골딩은 대중의 인기를 받는다. 1980년 3부작 '땅끝까지'의 첫 작품인 <통과제의>로 부커상을 받고,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원자탄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금발소년 랠프는 별명이 "새끼돼지"인 무어를 만나고, 소년 성가대원들과 그들의 리더인 잭과 조우한다. 소라를 가진 랠프를 대장으로 아이들은 나름의 질서를 잡는다. 구조를 받기 위해 봉화를 피우고, 밤에 잘 곳인 오두막을 짓고, 나무의 열매를 따먹으며 지낸다. 잭과 사냥부대가 멧돼지를 사냥하느라 봉화를 꺼뜨린 일로 갈등이 발생한다. 결국 잭이 랠프에 반기를 들며 조직을 떠난다. 그를 따르던 성가대원이 잭과 함께하면서 그의 조직이 점점 커져가는데 희생자들이 발생한다. 마침내 해군 장교에게 구조되지만 아이들은 더이상 과거의 그들일 수 없다.

아이들 중 독특한 인물은 사이먼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밤마다 악몽을 꾸거나, 정체불명의 짐승이 있다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런 짐승의 존재를 믿지 않고 그것이 사실은 낙하산에 매달린 시체임을 밝혀낸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이먼은 막대기에 꽂힌 돼지머리에 파리가 가득한 것을 보고, 이를 파리대왕이라 부르며 대화를 한다. 주술적인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이다. 결국 진실을 말하기도 전에 사이먼은 잭 일행에 의해 짐승으로 오인받고 죽는다. 세상의 진실이 그렇게 묻혀간다.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도출해낼 수 있다. 생각을 하는 사람과 몸을 쓰는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과 결정력이 있는 사람,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람과 무리를 이끄는 사람, 혼자만의 세계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과 단체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사람,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과 옳지 않음을 알면서 어쩌지 못하는 사람. 막막한 상황을 마주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이 투영된다.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6-12세의 소년들은 어른과 다를 바 없는 사회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이 많고 호감을 주는 사람을 대장으로 뽑아 의식주를 함께 해결한다. 그러나 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의 무능함을 과장하는 세력이 독립을 하고, 두 조직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다시 규합된다. 문제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한 조직이 극단의 폭력으로 치달으면서 살인을 불사하는 광기를 보이는 모습이다. 소름끼친다.

봉화에 의한 구조가 아니라 랠프를 잡으려고 섬전체를 불태우며 파괴하는 순간에 아이들이 구조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목숨을 건 추적과 탈출이 해군 장교의 눈에는 그저 아이들의 전쟁 게임에 지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또한, 아무리 아이들의 게임이라도 두 명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장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추후 랠프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서로를 죽이는 전쟁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지 의문이다. 인물의 특성이 매우 잘 나타나고,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